이마트24 '실적 반등 찾기', 송만준 노브랜드 걸어 놓고 가성비 '승부수'

▲ 이마트24가 연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송만준 이마트24 대표이사가 ‘노브랜드’를 비롯한 고물가 시대 높은 가성비를 갖춘 제품군을 늘리며 이마트24 실적 반등을 노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내수 경기침체 속에 유통업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편의점 계열사 이마트24가 연간 적자를 지속하며 이마트 실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송만준 이마트24 대표이사는 ‘노브랜드’ 상품 등 고물가 시대에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갖춘 제품군을 늘리며 이마트24의 실적 반등을 노린다.
 
19일 이마트 실적발표 IR자료를 종합하면 이마트24는 지난해 이커머스 플랫폼을 제외한 6개 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이마트의 실적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연간 298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보다 적자규모가 68억 원 더 늘었다.

이마트24는 2014년 창립 뒤 2022년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68억 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듬해 영업손실 230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이마트가 지금껏 12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이마트24에 지원한 자금만 5천억 원에 육박한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용진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 취임 뒤에 비상 경영 체제를 통해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추진해왔다.

송만준 대표는 지난해 10월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이마트24 수장에 올랐다. 

송 대표는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가 출범한 2015년 이마트 상품본부 노브랜드추진팀장을 맡았고, 2016년 노브랜드 담당 상무보, 2018년 노브랜드 사업부장 겸 상품 담당 상무 등을 거치며 노브랜드를 지금에 이르기까지 키우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송 대표는 취임 직후 2023년부터 본격화한 이마트24의 저효율 점포 효율화 작업에 속도를 냈다. 이를 통한 체질개선 작업은 지난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501개였던 이마트24는 2022년 6천 개를 넘어서며 8년 만에 12배 넘게 증가했다. 점포 수 6천 개는 이마트24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손익분기점(BEP)으로 여겼던 수치다.

다만 이마트24는 국내 편의점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후발주자로서 점포 수를 더 늘리기 어려웠던 데다, 6천 점을 달성하고도 2022년 반짝 연간 흑자를 내는 데 그치자 공격적 출점 전략에 수정을 가했다. 폐점해야 할 점포는 문을 닫고, 수익이 날 만한 점포 위주로 출점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기존에 운영이 어려운 점주들이 폐점을 하려 할 때 영업 활성화 행사를 지원하는 등 점포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023년부터는 장사가 안 되는 점포는 빠르게 폐점을 진행하고 있다”며 “출점 점포를 판단하는 상세한 기준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 이마트24 점포 수는 2023년 2분기(6642개)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송 대표가 이마트24 운전대를 잡은 지난해 4분기 점포 수는 6130개로 직전 분기 대비 역대 가장 큰 폭인 293개 점이 줄었다. 앞서 지난해 분기별 직전 분기 대비 점포 수 변화 추이를 보면 1분기엔 7개 점이 늘었고, 2분기와 3분기엔 각각 132개 점, 50개 점이 줄었다.

이를 놓고 이마트 측은 IR 자료를 통해 “점포 효율화가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점포 수 감소를 감수하는 체질개선 작업은 마무리됐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송 대표는 이마트24 판매 노브랜드 상품을 확대하고 이를 포함한 가성비 상품을 전면에 배치하며 외연 확대를 통한 수익성 반등을 노린다.

지난해 4월 초 6개였던 편의점 전용 노브랜드 상품 ‘노브랜드n24’를 지난해 연말까지 100종으로 늘렸다. 노브랜드n24는 이마트의 기존 대용량 노브랜드 인기 상품을 편의점 업태에 맞춰 기존 용량의 25% 수준으로 재단장한 제품이다.

이마트24는 CU, GS25 등 경쟁업체와 비교해 소비자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PB 상품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 대표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노브랜드의 애초 모토였던 가성비로 이를 돌파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마트24는 현재 ‘매일먹는단백질바’, ‘크림치즈쿠키’, '매콤갈릭떡볶이스낵’, ‘야채크래커’ 등 노브랜드에서도 초저가인 1천 원 짜리 상품을 판매 중이다. 올해 이와 같은 초저가 상품을 20종 이상 추가로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송 대표는 “올해 쌍화라떼, 스탬프캔디, 후라이드닭껍질 등 여러 노브랜드의 시그니처 상품을 개발하고, 1천 원 이하의 초가성비 상품도 20여 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 '실적 반등 찾기', 송만준 노브랜드 걸어 놓고 가성비 '승부수'

▲ ‘노브랜드’를 도입한 이마트24 점포 이미지. <이마트24>

노브랜드와 별개로 초저가상품을 선보이는 ‘상상의끝’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지난달 ‘1900원 김밥’과 ‘3600원 비빔밥’을 내놓은데 이어, 이달엔 ‘900삼각김밥’과 ‘2900짜장면’을 출시했다. 

송 대표의 노브랜드 중심의 가성비 전략은 노브랜드를 발주하는 가맹점이 많아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브랜드 가맹점을 확대할 기반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24는 지난해 4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로열티 받지 않는다는 기존 정책을 깨고 경쟁사와 같은 정률제인 ‘로열티 가맹’을 도입했다. 

‘로열티 가맹모델’은 신규 출점을 할 때 노브랜드 상품 발주를 전제로 전체 매출이익을 점주 71대 본사 29의 비율로 가져가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에 이마트24 신규 점포에서는 모두 노브랜드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

이마트24 점포 중 노브랜드를 도입한 곳은 지난달 1천개 점을 돌파했다. 이마트24 자체 분석에 따르면 노브랜드 상품을 함께 구매한 고객의 객단가는 일반상품만 구매한 경우보다 3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마트 PB 상품인 노브랜드 상품은 소비자들 사이에 높은 인지도를 갖췄고, 편의점 중에서는 오직 이마트24만이 판매할 수 있다”며 “고물가 기조 속 가성비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수익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