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가능성, 반도체 수입관세 부과 등에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파운드리 제1공장.
TSMC가 첨단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는 일이 전 세계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입지를 지켜내는 데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4일 “TSMC는 연초부터 지진과 딥시크의 등장, 미국의 반도체 수입관세 부과 가능성 등 큰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최근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반도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30억 대만달러(약 1326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타임스는 중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딥시크가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빅테크 주가 폭락을 이끈 사건도 TSMC에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딥시크의 거대 언어모델(LLM)은 메타가 대량의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해 개발한 기술의 약 2%에 불과한 비용으로 이와 맞먹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엔비디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반도체의 잠재 수요에 불확실성을 키워 이를 전량 위탁생산하는 TSMC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3일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하루만에 5% 가까이 떨어졌다.
다만 디지타임스는 딥시크의 인공지능 모델 개발 비용과 중장기 경쟁력에는 여전히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서 수입하는 첨단 반도체에 관세 부과 가능성을 거론한 점도 미국 고객사에 의존이 높은 TSMC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TSMC가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과 AMD 등 미국 고객사에 공급하는 반도체에 고율 관세가 매겨진다면 수익성 또는 수요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디지타임스는 TSMC 지난해 4분기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이른다며 관세 부과는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약 엔비디아 등 기업이 현재 중국에서 판매하는 반도체를 공급할 수 없게 되거나 TSMC가 중국 고객사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제약이 커진다면 이는 추가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TSMC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큰 위기를 앞두고 있는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따른 충격파를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어 안정적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현재 모바일 프로세서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에 쓰이는 첨단 미세공정 파운드리 시장에서 9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자연히 미국 상위 반도체 기업과 빅테크 업체들이 TSMC의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나 규제 강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TSMC가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시장 지배력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미국 정부의 극단적 조치에 따른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낮아지는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인텔 등 경쟁사가 올해 2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지위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TSMC가 다른 파운드리 기업들과 기술 격차를 유지해 미국 고객사 수주를 지켜내는 일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현재 2나노 및 첨단 반도체 패키징 설비 확장을 지속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두고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