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실적 발표 임박, KB '5조 클럽' 낙관하고 하나·우리 '자본비율' 조마조마

▲ 4대 금융지주가 2024년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엇갈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이달 초반에 2024년 결산 실적을 잇따라 발표한다. 

4대 금융은 우리금융을 빼면 지난해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 금융지주별로 온도차가 뚜렷하다. 

KB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5조 클럽’ 입성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실적 외에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4대 금융은 4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2024년 실적 발표를 시작한다. KB금융이 5일, 신한금융은 6일, 우리금융은 7일에 각각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4대 금융이 ‘역대급’ 실적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2024년 합산 순이익(지배주주 기준) 16조657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2023년 합산 순이익 14조9279억 원보다 11.58% 늘어난 것은 물론 앞서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된 2022년 합산 순이익 15조5309억 원과 비교해도 7.25% 증가했다.

당초 금융지주들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부담에 실적 부진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던 것과 달리 역대 호실적을 낸 셈이다.

4대 금융 계열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를 내린 반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 기조에 발맞춰 대출 금리를 인상한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예대금리차(정책서민금융 제외) 평균은 2024년 8월부터 5개월 연속 확대됐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 속에서 특히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KB금융이다. KB금융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5조 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KB금융의 2024년 순이익 추정치는 5조949억 원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KB금융은 2024년 홍콩 ELS 고객보상비용으로 7400억 원이 발생했음에도 시장기대치 수준의 연간 실적을 시현할 것으로 본다”며 “업종 내 리딩금융 위상도 계속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금융은 호실적 기대감 속에서도 보통주자본비율이 13%를 하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의 환율민감도가 4대 금융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지난해 말 고환율 여파에 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하나금융의 2024년 말 보통주자본비율이 12.8~13.2% 사이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DB금융투자는 12.8% 수준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하나금융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주주환원 확대에 필요한 보통주자본비율이 '13% 이상'으로 설정됐다. 하나금융은 보통주자본비율이 13%를 하회하면 자본비율 회복을 위한 자본축적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나민욱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은 분기별 자본비율이 13%를 상회하면 주주환원 확대가 가능하다”면서도 “2024년 결산 실적발표회에서 연말 자본비율을 확인한 뒤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 실적 발표 임박, KB '5조 클럽' 낙관하고 하나·우리 '자본비율' 조마조마

▲ 4대 금융지주가 2024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보통주자본비율 현황에 주목해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이 금융위원회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 신청서를 제출한 가운데 보통주자본비율이 경영실태평가에 반영되는 요소라는 점에서다.

보통주자본비율은 금융사의 대표적 건전성 지표다. 가장 순수한 자본으로 여겨지는 보통주자본을 자산에 위험가중치를 매겨 산출하는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눠 계산한다.

다만 2024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1.9%다. 금융당국의 권고치 12%를 밑도는 것이다.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으면 보험사 인수가 제한될 수 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우리금융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자본비율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본다”며 “2024년 4분기 말 양호한 자본비율이 예상되면서 2025년 안에 우리금융이 목표하는 12.5%를 달성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