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미지급 자살보험금 규모가 작아 배임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낮은 데다 진행되고 있는 매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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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수 KDB생명 대표. |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28일부터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KDB생명이 지급하는 자살보험금 규모는 74억 원, 지연이자를 포함하면 84억 원 수준이다.
KDB생명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고객보호차원에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급결정을 내렸다.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명보험회사들은 대법원의 판결과 다른 결정을 하면 배임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DB생명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이사회와 주주들로부터 배임이 지적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거세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오히려 더 큰 규모의 과징금을 내야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배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감원이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명보험회사들에게 무거운 과징금과 일부 영업정지 등의 행정제재를 내릴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금감원이 미지급 규모와 고의성, 소비자피해 구제노력 등을 감안해 징계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뒤늦게라도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면 징계수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KDB생명이 난항을 겪고 있는 매각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ING생명이 6월에 매각을 앞두고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것처럼 매각과정에서 입찰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려 한다는 것이다.
KDB생명의 매각에 참여한 예비입찰자들은 산업은행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3천억 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투자한 금액규모는 9500억 원가량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11월 말로 계획했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뒤로 미루고 KDB생명 인수의향서를 추가로 받고 있다.
현재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곳은 삼성생명(1585억 원)을 비롯해 교보생명(1134억 원), 알리안츠생명(122억 원), 한화생명(83억 원), 현대라이프생명(65억 원) 등 5곳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DB생명의 결정에 따라 남은 5곳은 심리적 압박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법 개정안이 29일 통과되면서 금융법상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규모가 수입보험료의 3배~5배로 불어나는 점도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