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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술력으로 매세운 중국 추격을 따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BOE 등 중국 업체들 추격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노조 리스크까지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장은 단계적으로 임금, 복리후생을 높여가겠다고 노조에 제안하는 동시 폴더블 올레드(OLED), 확장현실(XR) 기기용 올레도스(OLEDoS) 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빠르게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삼성디스플레이 따르면 이 사장은 이날 회사 최대 노조인 열린노동조합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발표한 2024년 하반기 목표달성장려금(TAI)과 관련해 설명했다.
목표달성장려금은 과거 생산성격려금(PI)에 해당하는 성과급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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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중국 추격’에 따라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OLED 제품으로 실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 월 기본급의 50%가 성과급으로 책정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사업부는 2023년 하반기 기본급의 100%를 성과급으로 받았는데, 반 토막이 났다.
이는 회사의 실적 악화에 따른 것이다. 올해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22.1% 감소했다.
노조 측은 간담회에서 이 사장에 목표달성장려금(TAI) 책정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처럼 가변적 기준이 아닌, 영업이익률과 같은 명확한 기준으로 성과급을 책정해달라는 것이다.
이 사장으로서는 취임 초부터 노조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열린노조는 최근 세력을 급격히 불려나가고 있다.
이 사장은 전임인 최주선 사장처럼 임금, 복리후생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노조 측에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조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에는 회사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삼성디스플레이의 2024년 영업이익은 4조313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23년 5조5690억 원에서 23% 감소한 것이다.
액정표시장치(LCD)는 이미 중국 업체들이 장악했고, 삼성디스플레이가 강점을 갖춘 중소형 OLED에서도 LG디스플레이나 중국 BOE의 진입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미국 정부가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어 업체에 대한 미국 수출 금지 등의 조치에 나서면 기존 BOE가 애플에 납품하던 OLED 물량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로 넘어와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측은 “생산능력과 디스플레이 품질을 개선한 중국 OLED 제조업체가 국내 스마트폰 브랜드로부터 빠르게 증가하는 주문을 확보하고 있다”며 “한국 업체 입장에서는 훨씬 더 고부가가치 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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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당시 부사장)이 2024년 8월21일 제주에서 열린 제24회 국제정보디스플레이 학술대회(IMID)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폴더블 OLED에 새 먹거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애플이 이르면 2026년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폴더블 OLED 1등인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2016년 중소형사업부 PA(프로세스 아키텍처) 팀장으로 재직하며 세계 최초 폴더블 OLED 개발을 주도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OLED 점유율은 68%에 육박한다.
이 사장은 올해 8월 제주에서 열린 ‘IMID 2024’ 개막식에서 “4G 시대에는 6인치 스마트폰이 대부분이었지만, 5G시대에 들어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본격화하면서 폴더블 스마트폰이 등장했고, 다가오는 6G시대에는 훨씬 더 큰 디스플레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할 것”이라며 “두 번 접는 멀티 폴더블, 롤러블 등 다양한 폼팩터 제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확장현실(XR) 기기용 올레도스(OLEDoS)도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3년 5월 미국 올레도스 기업 ‘이매진’을 약 29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매진이 보유한 ‘다이렉트 패터닝(dPd’) 기술은 낮은 전력으로 더 밝은 휘도를 제공해, XR 패널에 최적화된 기술이다.
이 사장은 “아직은 가격과 무게 등 장벽이 존재하지만, 이런 부분을 개선한 디스플레이가 나온다면 XR기기 시장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줄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시대 고성능 XR기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매진을 인수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