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이마트후레쉬센터’는 2012년 만들어졌다. 소비자들이 언제든 이마트에 가면 필요한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1등 공신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어찌보면 감자와 고구마를 언제 캐는지는 이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대형마트에 가면 양파, 고구마, 감자 등을 1년 내내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1년 내내 매장에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는 원동력 가운데 하나를 ‘이마트후레쉬센터’로 꼽고 있는데 비즈니스포스트가 직접 해당 시설을 찾아 기능과 역할을 살펴봤다.
23일 오전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이마트후레쉬센터를 방문했다.
이마트후레쉬센터는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여러 상품들 가운데 과일과 채소를 저장했다가 포장한 뒤 각 점포로 보내주는 곳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1년 내내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하게’ 공급하는 기능을 후레쉬센터가 맡고 있다.
▲ 이마트후레쉬센터에 보관 중인 고구마(왼쪽)와 양파. <비즈니스포스트>
하지만 이마트는 생산자로부터 직매입한 농산물을 곧바로 후레쉬센터에 저장하고 이마트 매장에 공급함으로써 유통구조를 2단계로 줄였다. 유통단계가 많아질수록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마트가 일정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데에는 후레쉬센터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물론 유통단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기 쉽지 않다. 물량이 많은 제철에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지만 보관 방법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마트에 가면 살 수 있는 양파는 이마트가 올해 5월 양파 수확 물량이 넘치던 시기에 매입해 놓은 것이다. 사들인지 반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수확한 것처럼 싱싱한 양파를 구매할 수 있는 이유는 이마트가 가진 저장 기술에 있다고 이마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후레쉬센터에는 과일과 채소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고가 54개 있다. 국산·수입과일과 감자, 고구마 등 구근류, 상추 등 잎채소류를 주로 저장하는 저온저장고 35개와 사과, 샤인머스캣, 마늘, 수박 등을 주로 저장하는 CA저장고 19개로 나뉜다.
온도가 낮은 저온저장고 문을 여니 순식간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추웠다. 저온저장고에는 고구마, 양파, 감자 등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었다.
▲ CA저장고는 산소 농도를 2~3% 정도로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서 농산물을 저장한다. 농산물은 수확된 후에도 호흡을 하고 서서히 부패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산소 농도를 극도로 낮춰서 호흡을 천천히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후레쉬센터 저장고들 벽면에는 온도와 습도를 나타내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CA저장고는 산소 농도를 2~3% 정도로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서 농산물을 저장한다. 농산물은 수확된 후에도 호흡을 하고 서서히 부패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산소 농도를 극도로 낮춰서 호흡을 천천히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저온저장고와 CA저장고에 불이 꺼져있는 이유도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어두운 환경을 유지해 농산물의 부패를 최대한 늦추기 위함이다.
CA저장고에 보관한 상품은 저온저장고와 비교해 손실율이 3~5%포인트 정도 낮다. 그럼 최대한 CA저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유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CA저장고 저장 효과가 높은 농산물이 있는가하면 아무 효과가 없는 농산물도 있다.
산소 농도를 낮은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에 사람이 CA저장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24시간 전에 산소농도를 높여놔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보통 1달에 한 번 정도만 사람이 직접 들어가 상태를 확인한다고 한다.
저장 과정에서 이런 수고를 거치기 때문에 CA저장고에는 주로 가격이 높은 상품들을 저장한다.
이마트가 처음부터 저장 기술에 강점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2012년 후레쉬센터가 만들어진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초반에는 보관에 실패해 버리는 상품들도 많았다고 한다.
후레쉬센터 설립 당시만 해도 최첨단시설이었지만 요즘은 농촌진흥청에서 CA저장고 설립을 많이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 CA저장고를 운영하는 곳은 이마트후레쉬센터가 유일하기 때문에 농촌진흥청과 전국 대학교 원예학과 교수들도 견학을 많이 온다고 이마트 관계자는 설명했다.
▲ 이마트는 17일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와 ‘식품부산물의 고부가가치 사료자원화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후레쉬센터에서 발생하는 식품부산물을 사료화해 폐기물을 줄이려는 사업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상품성이 없는 것으로 분류된 농산물들은 얼핏 보기에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이마트가 매장 진열대에 공급하기까지 얼마나 꼼꼼히 검수 작업을 거치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마트는 17일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와 ‘식품부산물의 고부가가치 사료자원화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후레쉬센터에서 발생하는 식품부산물을 사료화해 폐기물을 줄이려는 사업이다.
작업장 한켠에는 ‘사료용 폐기통’이라고 적힌 박스가 놓여있었다. 여름에는 하루에 한 번씩 와서 수거를 해가고 요즘에는 1주일에 2~3번 정도 수거를 온다고 한다.
이마트후레쉬센터에서 7년 넘게 일한 팀장에게서는 이마트 신선식품에 대한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이준 이마트후레쉬센터 상품팀 팀장은 “마트 입구에는 보통 가장 중요한 식품들이 배치가 되는데 농산물인 경우가 많다”며 “계절별로 상품이 바뀌기 때문에 신선한 색깔, 향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계절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 매장마다 입구에는 농산물들이 있기 때문에 직원들 모두 이마트의 심장이다, 신선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