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 길 잃은 자금이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로 쏠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은행권이 기준금리 인하에 예적금 금리를 내리고 주요 투자처인 국내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에 돈을 잠시 맡겨 두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MA 잔고는 18일 기준 86조4191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66조3567억 원)보다 30% 이상(약 20조 원) 급증했다.
CMA는 종합금융사나 증권사가 고객 예탁금을 안정성이 높은 국채 등의 금융상품으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매일 혹은 매월 수익을 받고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증권사의 ‘파킹통장’으로도 불린다. 일부 상품은 체크카드를 연결해 생활비 통장으로 쓰는 것도 가능하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늘며 CMA 잔고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금융시장은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은 뒤 예금금리는 내리막길을 걸었고 국내 증시는 정부 주도 밸류업 계획에도 부진했다.
CMA 잔고는 그 결과 올해 상승세를 이어갔고 8월23일에는 역대 최고치(88조1608억 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CMA는 이전부터 은행 파킹통장의 전통적 대안으로 평가됐다.
수익률이 파킹통장 금리보다 높은데다 은행권은 우대금리 요건을 이것저것 붙여 편의성 면에서 앞선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은행 파킹통장 가운데 이자가 가장 높은 상품은 20일 기준 SC제일은행의 ‘Hi통장’으로 연 최대 4%의 금리를 주는데 금리 조건을 충족하기 만만치 않다.
일별 잔액에 따라 우대이율 2.40~3.40%(최대 3억 원 초과 조건)를 적용받을 수 있고 이에 제휴채널 우대이율 0.1%과 마케팅 동의 우대이율 0.20%, 고객등급 우대이율 0.20%가 따라붙는다. 기본금리는 0.10%로 대부분의 은행 파킹통장과 비슷하다.
▲ 대표적 CMA상품으로 여겨지는 우리투자증권의 '우리WON CMA Note'.
은행을 주로 찾는 소비자는 제2금융권인 증권사 상품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CMA에는 환매조건부 채권(RP)형과 발행어음형, 종금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다.
다만 RP형은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나 지방채 등으로 발행어음형은 증권사 자체 신용도를 토대로 만들어져 원금 손실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예금자보호와 수익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국내 유일 종금사로 남아 있던 우리투자증권(구 우리종합금융)의 종금형 CMA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종금형 CMA는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5천만 원(원금+이자)까지 보호된다. 현재 종금형 CMA를 파는 곳은 우리투자증권(구 우리종합금융)뿐이다.
주요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적금 금리를 앞다퉈 내리면서 CMA 매력은 한층 더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 상품 금리 인하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디.
20일 하나은행은 예적금 상품 금리를 0.05~0.25%포인트, 신한은행은 0.10%~0.25%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17일에는 SC제일은행이 2025년 1월2일부터 Hi통장 우대이율을 0.60%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