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도 이 대표를 차기 제주은행장으로 낙점하며 “제주은행은 지역은행 한계를 극복하고 정체성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 사장이 신한저축은행에서 보여준 탁월한 경영능력을 제주은행에서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내정자는 신한저축은행 대표로 재임하며 안정적으로 실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신한저축은행은 이 대표 체제에서 은행계 저축은행(KB·신한·하나·우리·NH·IBK) 순이익 1위를 다졌다. 지난해에는 고금리로 업권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순이익 149억 원을 거둬 은행계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히 흑자를 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순이익 218억 원을 내며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줄어든 것이지만 업권 전반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순손실 3636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손실 규모가 2천억 원 이상 늘었다.
이 내정자는 제주은행에서 신한저축은행 시절처럼 부실한 기업대출을 관리하면서 소매금융 기반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저축은행은 이 대표 재임기간 가계대출 비중을 늘렸고 이를 통해 전체 업권에 불어닥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도 피해갔다.
신한저축은행 용도별 대출금을 살펴보면 가계대출 비중은 9월 말 기준 79.92%로 이 대표 취임 이전인 2020년 말 66.71%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신한저축은행 관계자는 “포트폴리오상 PF나 브릿지론 등의 기업여신보다 햇살론과 사잇돌대출 등 개인보증부 여신이 높아 상대적으로 부동산 PF 부실 영향이 적었다”며 “연체율 개선과 부실채권 매각 등 자산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위험을 미리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제주은행은 1969년 설립됐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 신한금융 자회사로 편입됐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에게나 제주도민에게나 적잖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은행은 신한금융처럼 과거 재일교포가 주축이 돼 1969년 제주 최초 지방은행으로 설립됐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 신한금융 자회사로 편입됐는데 여전히 재일교포 영향력이 남아 있다. 한때는 제주도내 유일한 상장기업이기도 했다.
이 내정자는 제주은행을 둘러싼 시장의 각종 우려를 지워야 할 필요성도 있다.
수도권 집중으로 지방은행의 미래가 의심을 사는 가운데 제주은행은 지난해 인터넷은행 전환설에 휘말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신한금융이 여러 차례 선을 그었지만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는 점에서 이 대표가 안정적 실적 기반을 다질 필요도 있는 셈이다.
이 내정자는 제주은행을 2026년 말까지 이끈다. 그는 신한저축은행 대표를 지내기 이전에는 신한은행에서 영업 관련 경력을 오래 쌓았다.
이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용산기업금융센터와 기업여신관리부, 청주법원지점장, 영업부장, 인천본부장 등으로 일했다. 2019년 부행장보에 오른 뒤 영업추진2그룹과 기관그룹, 영업그룹 등을 이끌었고 2021년 1월 신한저축은행 대표에 올랐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