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인적 쇄신 칼을 빼들고 밸류업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신한금융은 자회사 수장을 모두 연임시킨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70%를 물갈이했다. 업계 순이익 1위로 올라선 신한은행장에는 관례를 깨고 2년 임기를 더했고 1위를 지킨 신한카드 사장은 2년 만에 교체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고강도 인적 쇄신 칼 뽑다, 수익성 강화로 밸류업 정조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고강도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진 회장은 인사를 단행하며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뜻을 내놨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며 시장이 바뀐 가운데 밸류업 계획이 과제로 떠올라 핵심인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5일 신한카드와 신한투자증권, 신한캐피탈, 제주은행, 신한저축은행, 신한DS,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리츠운용, 신한벤처투자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임기만료를 앞둔 자회사 CEO 13명 가운데 9명이 바뀐 만큼 교체폭이 컸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와 함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이 교체된 것이다. 

문 사장은 신한지주나 신한은행이 아닌 첫 내부 출신 수장으로 호실적을 이끌며 카드업계 1위를 지켰다. 그럼에도 통상 2+1년의 임기가 주어지는 3년을 채우지 못하게 됐다.

진옥동 회장이 강조하는 밸류업 계획에서 핵심계열사 신한카드의 역할이 중요한데 업계 1위사로서 격차를 벌리지 못한 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이 7월 제시한 그룹 수익성 개선 토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위해서는 신한카드 성과 확대가 필수적이다”며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권 사업자와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옥동 회장은 올해 밸류업 계획에 따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다. 밸류업 계획의 핵심은 주주환원의 단순한 확대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11월 홍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것이 밸류업 프로그램 본질은 아니다”며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자기자본이익률(ROE)를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는 것이 밸류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이에 맞춰 ROE를 넘어서 실질적 자본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 개념을 국내 금융사 가운데서는 처음 도입해 경영진 평가·보상지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진옥동 신한금융 고강도 인적 쇄신 칼 뽑다, 수익성 강화로 밸류업 정조준

▲ 신한금융의 밸류업 계획 개요. 주요 금융그룹의 밸류업계획은 큰 틀에서 비슷하지만 각 사별로 처한 상황이나 강조하는 점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신한금융그룹>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이같은 흐름 속에 눈높이를 맞추며 관례를 깬 2년 임기를 더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정 행장 체제 아래서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냈다. 흐름이 이어지면 신한은행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은행권 순이익 1위에 오른다.

진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정 행장 외에도 우수한 성과를 낸 경영진은 새로이 쓰는 모습을 보이며 수익성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순이익 후퇴에 허덕이는 제주은행 차기 수장으로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이 내정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 사장이 이끄는 신한저축은행은 업권 전체 실적이 순손실로 돌아섰지만 순이익을 계속 내고 있다. 

진 회장은 또한 자회사 대표에 젊은 임원인 신한은행 본부장을 여럿 선임해 세대교체를 통한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인사는 진 회장 취임 초기와 달리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어 금융지주 핵심 수익원 이자이익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단행된 만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 임기가 2026년 3월 만료되는 만큼 이번 인사로 수익성이 강화돼 신한금융 전체 실적 상승으로 이어질 필요도 있다.

진 회장은 이날 열린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며 “불확실한 미래 경영환경에 유연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부 근원적 혁신과 강력한 인적쇄신 및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