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반덤핑 잠정관세 부과를 뒤늦게 검토하고 있지만, 국내 철강 산업 피해는 앞으로도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여기에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과 수입쿼터를 축소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5일 철강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최근 중국산 저가 후판에 대한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무역위는 지난 7월 현대제철의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따라 10월4일 산업 피해조사에 착수했고, 이르면 내년 1월 예비판정과 함께 기획재정부에 잠정 덤핑 방지 관세 부과를 요청할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무역위에서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데, 긍정적 신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관세 대응 조치가 너무 늦었고, 중국산 철강 제품이 가격 대비 품질 측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 중국산 철강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후판은 115만7800톤으로 지난해 전체 수입량인 112만2774톤을 이미 넘어섰다. 2022년 전체 수입량과 비교하면 80.5%나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중국산 저가 후판이 공급될대로 공급됐고, 국내 철강 기업들의 출혈이 이미 큰 상태"라며 "이제라도 잠정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너무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산 후판 수입가는 톤 당 70만 원대로 국산 후판 가격보다 최대 20만 원 가량 저렴하다. 국내 조선 업체들은 수익성을 고려해 중국산 저가 후판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중국 인민은행 환율 방어에도 위안화 가치가 17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철강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더 높아진 상황이다.
잠정 관세 부과로 국내 수입되는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은 그렇다고 쳐도, 국산 철강 수출 감소가 내년 더 큰 문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4일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 소식이 전해진 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철강 업계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의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과 수입쿼터 축소 등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재는 수입쿼터에 따라 연 263만 톤까지 관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철강을 국가안보 관련 물자로 선정, 한국산 철강 수입량 쿼터를 종전 340만~440만 톤에서 263만 톤으로 줄였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미국 대선에 따른 철강 산업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정부가 통상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면 한국 철강 업계도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 대해선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멕시코·베트남 등을 중국산 제품의 수출 우회 생산기지로 보고,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포스코는 멕시코·베트남에 각각 포스코멕시코, 포스코베트남 등 해외 생산법인을 가지고 있다. 관세 인상 시 포스코의 해외 공장을 통한 대미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 중국산 철강이 국내는 물론 세계 다른 시장에 풀려 한국산 철강 수출 경쟁력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철강과 내년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 등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 "무역위에서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책에 대해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고,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선제적으로 미국 무역장벽에 대응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