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RM이 퀄컴에 반도체 설계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ARM 반도체 아키텍쳐 안내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설계 라이선스 전문기업 ARM이 핵심 고객사인 퀄컴에 기술 제공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2022년부터 이어진 법적 분쟁에 따른 결과다.
퀄컴이 ARM 기술을 활용할 수 없게 되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 스마트폰과 PC에 탑재되는 프로세서 개발이 중단될 수도 있어 큰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23일 “ARM이 법적 분쟁 심화에 따라 오랜 협력사였던 퀄컴에 반도체 설계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ARM은 퀄컴과 애플, 삼성전자와 미디어텍 등 거의 모든 모바일 프로세서 업체에 핵심 설계기반(아키텍쳐)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퀄컴이 ARM 기술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면 모바일 프로세서는 물론 최근 PC와 확장현실(MR) 기기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프로세서 사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만 할 수도 있다.
블룸버그는 관련 문서를 입수해 이렇게 보도하며 “퀄컴이 390억 달러(약 54조 원) 안팎의 연매출을 거두는 사업에 영향을 받거나 상당한 배상금을 물어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퀄컴과 ARM은 2022년부터 반도체 설계 기술과 관련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ARM은 퀄컴이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누비아를 인수해 개발하고 있는 자체 기술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앞세워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누비아 기술이 ARM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한 만큼 퀄컴이 이를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퀄컴은 최근 누비아 기술을 PC용 프로세서에 적용한 데 이어 스마트폰용 프로세서까지 적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RM이 이에 대응해 라이선스 계약 철회를 통보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퀄컴이 ARM 기술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면 제품별로 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해 반도체 개발 일정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는 퀄컴 프로세서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시 일정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퀄컴은 최근 자체 설계기술 개발을 통해 ARM에 의존을 낮추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분쟁을 계기로 이러한 노력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그러나 이런 목표가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ARM과 분쟁 심화는 큰 리스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만 ARM도 퀄컴과 계약 해지는 실적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두 기업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는다.
ARM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2016년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기업이다. 미국 나스닥 증시에 상장돼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