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 TSMC의 지정학적 영향에 따른 고객사 수요가 존재하며, 충분한 경험을 쌓으면 현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오랜 시간 강점을 가져온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의 차이를 이해하고 TSMC가 가진 ‘고객 중심’ 자세를 갖춘다면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장] 대만 시장조사업체 연구원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요 많다, TSMC '고객중심' 배워야"

▲ 조안 챠오 트렌드포스 파운드리 연구원. <트렌드포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2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혁신과 기회라는 주제로 ‘트렌드포스 로드쇼 코리아’를 개최했다.

발표 패널로 참여한 조안 챠오 트렌드포스 파운드리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산업의 상황과 미래 전망에 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안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현재 위기에 관한 질문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산업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TSMC보다 늦게 시장에 진입한 만큼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가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산업은 다르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05년 내부 물량을 주로 제작하는 소규모로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를 만들고 본격적 투자를 진행했다. TSMC는 1987년 설립돼 파운드리 산업에 전념했다.

조안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TSMC의 ‘고객 중심’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파운드리 산업이 고객의 제품을 위탁해 생산하는 산업인 만큼 고객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메모리 산업은 자체 설계하고 생산해 고객에게 판매하지만, 파운드리는 고객에게 위탁 받아 생산하는 사업”이라며 “삼성전자는 경험을 쌓아 고객 요구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차지할 수 있는 수요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TSMC가 중국과 미국의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영향을 받고 있고, 고객사들은 위험 분산을 위해 협력사 다각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삼성전자는 고객을 붙잡을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며 “TSMC의 지정학적 영향을 감안해 협력사 다각화를 추진하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와 인텔에게 파운드리를 맡기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 대만 시장조사업체 연구원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요 많다, TSMC '고객중심' 배워야"

▲ 에브릴 우 트랜드포스 시니어 리서치 부사장이 22일 서울 강남 노보텔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트랜드포스 로드쇼 코리아' 행사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실제 TSMC는 미중 갈등과 대만의 정치적 상황이 연결돼 미국, 독일, 일본 등에 해외 공장을 설립해 지정학적 영향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과거 엔비디아의 게이밍 칩 수주를 따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봤다.

그는 “엔비디아는 과거 삼성전자 파운드리아 8나노 게이밍 칩 관련 주문도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고객사들은 위험 분산을 위해 협력사를 다각화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주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기회는 이미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블랙웰’ 생산 지연으로 TSMC와 엔비디아 동맹에 균열이 생겼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블랙웰 지연은 기술적 문제였고, 이미 이번 달 생산에 돌입한 상황”이라며 “이미 해결된 문제와 관련해 양사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