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올해 삼성전자 및 인텔과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에서 격차를 벌리며 반독점 규제 관련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TSMC가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인텔 등 파운드리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고 수주 경쟁에 뚜렷하게 앞서나가면서 이러한 관측은 더욱 힘을 얻는다.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간스탠리를 비롯한 증권사들이 최근 TSMC 파운드리 사업에 각국의 반독점 규제를 리스크로 평가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TSMC는 3나노를 비롯한 최신 공정 기술로 엔비디아와 애플, AMD와 퀄컴 등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를 독점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미세공정 기술 및 수율 등 측면에서 TSMC를 추격하는 데 고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올해 TSMC가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기 시작하면서 독점 리스크와 관련한 문제도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바라봤다.
전 세계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사용되는 그래픽장치(GPU)와 프로세서 등 고사양 반도체가 사실상 모두 TSMC 단일 기업에서 제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이러한 독과점 리스크에 관련한 모간스탠리 연구원의 질문을 받자 “현재 주력 시장에서 점유율은 30% 안팎에 불과하다”고 대답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설계와 패키징 등 여러 단계의 공정을 고려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 대만 신주과학단지에 위치한 TSMC 연구개발센터.
삼성전자가 애플과 엔비디아, 퀄컴 등 TSMC의 주요 고객사 반도체를 수주하는 데 실패했고 인텔은 심각한 재무 위기를 겪고 있어 파운드리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장 성장이 빨라질수록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 독점과 관련한 세계 각국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TSMC가 주요 고객사와 파운드리 단가 협상에서 가격 인상을 요구하거나 특정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017년에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에 조사를 요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TSMC의 시장 지배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두 기업이 서로 합의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독과점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반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지금과 같이 TSMC의 지배력이 절대적으로 유지된다면 각국 경쟁당국에서 적극적으로 견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특정 국가 경쟁당국이 TSMC를 상대로 반도체 파운드리 독과점과 관련한 문제를 정식 조사하고 있는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미국 대선 등 글로벌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대만이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빼앗아갔다”며 TSMC를 향한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