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건축상 받은 건축물에 담긴 고민, 건축가 작업실에 앉으니 보이는 소통과 조화

▲ 원서작업실 전시.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지금 서울 건축문화를 대표하는 건축물들은 무엇일까? 이 건축물들을 디자인한 건축가들은 작업실에 앉아 어떤 고민과 도전의 결과물들을 담아냈을까?

서울시가 올해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한 9개 작품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를 열었다. 올해는 모이고 소통하는 집으로서 건축물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열린 제16회 서울건축문화제는 '건축가의 테이블'이라는 부제 아래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들을 소개한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집(集): 사람은 집(集)을 위해 집(家)을 만든다’는 주제로 제16회 서울건축문화제를 진행한다.

문화제의 핵심 프로그램은 전시관 지하3층 비움홀에서 열리는 '제42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 전시'이다.

서울시 건축상은 매년 서울시가 공공적, 예술적, 기술적 가치가 뛰어나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건축문화 발전에 기여한 건축물에 수여하는 상이다. 올해 42회 건축상은 용산구 신흥로 95-9에 위치한 '클라우드'를 비롯한 9개 건축물에 돌아갔다.

이번 전시는 특히 '건축가의 테이블'이라는 주제를 설정하고 관람객들이 각 건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하기까지의 건축가의 고민 과정을 체험하고 교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는 건축가의 일하는 공간에 초대를 받은 듯 생생하게 재현을 해놓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말 그대로 건축가가 잠시 자리를 비운 곳에 머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장] 건축상 받은 건축물에 담긴 고민, 건축가 작업실에 앉으니 보이는 소통과 조화

▲ 원서작업실 외부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우수상을 수상한 원서작업실의 유재은 건축가는 부모님께 물려받아 현재까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테이블과 의자로 전시블록을 꾸몄다.컴퓨터와 책, 각종 사무집기 역시 건축가 자신이 실제로 사용한 것으로 관람객들에게 건축가의 실제 업무 생활의 이해도를 높였다.

원서작업실은 창덕궁 후문 조용한 동네에 위치한 건축설계사무소다.

유재은 건축가는 이번 건축상에서 설계사무소 건물 자체가 당선됐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서작업실은 북촌과 원서동의 다양한 주택들과 조화를 고려해 지어진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실제 찾아가 보니 양쪽에 위치한 빌라와 한옥과 어울리기 위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 건축상 받은 건축물에 담긴 고민, 건축가 작업실에 앉으니 보이는 소통과 조화

▲ 오동숲속도서관 전시. <비즈니스포스트>

오랜 역사를 지닌 한옥들이 규모가 작다는 점에 맞춰 원서작업실도 작은 한옥 2개를 붙여서 디자인됐는데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근처 카페에서 만난 손님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원서작업실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점을 칭찬하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다.

오동숲속도서관 전시블록은 건축가들이 사용한 3D프린터로 출력한 달팽이 모양의 건축모형과 함께 여러 장의 스케치가 전시됐다. 숲에 어울리면서도 주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건축가의 고민이 읽혔다.

오동숲속도서관 내부는 나무소재 벽과 나무무늬 인테리어로 외부의 숲과 연결되는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자연채광을 위한 넓은 창을 달아 자연에서의 편안함을 도서관 실내에도 유입했다. 

전시된 영상에서 장윤규, 신창훈 건축가는 "도서관에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잦은 왕래를 하길 바라는 고민을 담아 설계했다"고 직접 설명했다.

오동숲속도서관은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9개 수상작을 대상으로 한 시민 온라인 투표에서 시민공감특별상으로 선정됐다. 그만큼 시민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잘 구현해 낸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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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동숲속도서관 내부 전경. <비즈니스포스트>

실제로 도서관은 평일 저녁임에도 다양한 연령의 시민들이 짧게 방문해 책을 읽고 내부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등 여가와 휴식장소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동숲속도서관 관계자는 "이용객들의 예민함이 다른 도서관에 비해 적다"며 "소음 민원이 적고 아이들의 자유스러운 행동도 용인되는 편이다"고 말했다.

오동숲속도서관은 공공쉼터로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래장을 지어 아이들에게는 놀이터로, 어른들에게는 건강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현장] 건축상 받은 건축물에 담긴 고민, 건축가 작업실에 앉으니 보이는 소통과 조화

▲ 클라우드 전시.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은 클라우드는 남산 해방촌 신흥시장의 지붕구조물이다. 다만 전시는 대상수상작이었음에도 다소 전시물이 적고 비어있는 느낌이 많아 관람객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클라우드가 민간 프로젝트였음에도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공공성을 극대화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클라우드는 대지에 위치한 시장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설계에만 5년 이상이 걸렸다. 위진복과 홍석규 건축가는 오랜 시간동안 신흥시장 상인들과 소통해 영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수요를 완벽히 반영하는 위치에 기둥을 세웠다.

독특한 형태의 클라우드는 저녁시간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신흥시장에 모여든 젊은 사람들의 활기와 잘 어울렸다. 방문객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클라우드의 광경을 감상하며 트렌디한 느낌의 식당에서 음식을 즐겼다.
 
[현장] 건축상 받은 건축물에 담긴 고민, 건축가 작업실에 앉으니 보이는 소통과 조화

▲ 클라우드가 위치한 신흥시장. <비즈니스포스트>

건축상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특히 많이 모여든 곳은 경리계단길 블록이었다. 경리계단길 전시블록은 알록달록한 모형과 스케치물들을 배치해 색감이 눈길을 끌었다.

이뿐 아니라 경리계단길을 설계한 요앞건축사사무소가 최근 건축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어 많은 건축과 학생들이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경리계단길은 경사지고 협소한 골목에 지어진 계단 형태 건축물이다. 높고 좁은 골목길을 올라 직접 찾아간 경리계단길은 주변 건물들과 비교해도 대지가 작았다. 

건축가 역시 작은 대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 과정에서 땅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경리계단길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와 공공 골목길과의 조화로 따뜻함과 운치를 느낄 수 있다.
 
[현장] 건축상 받은 건축물에 담긴 고민, 건축가 작업실에 앉으니 보이는 소통과 조화

▲ 경리계단길 전시. <비즈니스포스트>

신사스퀘어도 눈에 띄는 전시 중 하나였다. 

신사스퀘어의 건축가인 황임규씨는 사진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건축가는 이런 재능을 활용해 신사스퀘어의 공사현장을 찍은 무수히 많은 사진들로 전시벽을 꾸몄다.

사진들은 관람객이 전시를 본 후 가져갈 수 있도록 해 관람객들과 시공의 추억을 공유했다. 
 
[현장] 건축상 받은 건축물에 담긴 고민, 건축가 작업실에 앉으니 보이는 소통과 조화

▲ 신사스퀘어 전시. <비즈니스포스트>

신사스퀘어는 한남대교를 통해 강남으로 들어오는 첫 관문에 위치한다. 밤에는 시민의 안전을 위한 조도로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오는 도로와 인도를 가로막지 않고 어우러지는 경관을 이룬다.

신사스퀘어는 2022년 ‘제 11회 서울특별시 좋은빛상’ 통합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건축과 조명이 조화롭게 설계돼 빛공해 없이 서울의 밤환경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장] 건축상 받은 건축물에 담긴 고민, 건축가 작업실에 앉으니 보이는 소통과 조화

▲ 신사스퀘어 야경. <비즈니스포스트>

전시 관람객들은 건축상 수상작을 둘러보며 주변에서 좋은 건축 디자인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건축문화제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서울시 건축상의 선정절차와 평가방식을 자주 물어본다”면서 “각 건축물에 직접 방문하려는 관람객들이 많은데 민간시설과 공공시설이 분리돼있지 않아 개방되지 않은 건축물에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