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위원장들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금융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행보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기 전 업권별 협회장과 최고경영자들을 먼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부터 금융업의 본질로 강조한 ‘신뢰’에 초점을 두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놨다.
그는 8월20일 은행장들을 가장 먼저 만났는데 ‘은행이 일반 기업처럼 치열했는지’ ‘민생이 어려울 때 상생의지를 충분지 전달했는지’ 되물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꺼내든 정부의 이자장사 비판 흐름을 따른 것이었다.
그뒤 여신업권 간담회에서는 티메프 사태와 관련한 카드사의 책임을 물었고 보험권에는 ‘신뢰 수준이 아쉽다’고 비판했다. 상호금융권 CEO를 만나서는 ‘외형성장에만 치중했다’, 저축은행장 간담회에서는 ‘소비자 신뢰 문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을 각각 내놨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업권별 간담회에서 주요 현안을 정면으로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한 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금융사 내부통제, 지배구조 문제 등을 다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부당대출을 내준 사실이 드러났고 NH농협은행에서도 올해 들어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적발됐기 때문이다.
은행이 국내 금융지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김 위원장은 지주 회장들을 만나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 대책으로 내세운 책무구조도가 은행과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0월 말부터 시범운영에 돌입하는 만큼 제도 안착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또한 연말 인사시즌이 다가와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선임 등을 두고 투명한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나온다.
5대 시중은행장을 포함해 금융지주 아래 금융사 CEO는 올해 말로 대거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은 NH농협금융을 제외하면 모두 이사회 내부에서 자회사 대표를 추천하는 위원회 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서는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이 올해 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2025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밖에 최근 국가 경제 현안으로 떠오른 가계부채를 두고도 금융지주 회장에 관리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문제는 앞서 역대 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도 여러 차례 오르내린 단골소재기도 하다.
▲ (왼쪽부터) 배부열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2022년 7월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금융위원회>
특히 올해는 4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미국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해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철저한 관리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이 만날 때면 당시 금융시장의 주요 현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김주현 전 위원장은 취임 10일 뒤인 2022년 7월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 국내외 금융시장을 둘러싼 위기 및 대응과 취약차주 대상 지원을 요청했다. 취약계층이 코로나19와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었다.
고승범 전 위원장 역시 취임 10여일 뒤인 2021년 9월10일 은행회관에서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났다. 당시 고 전 위원장은 금융사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시장친화적 정책과 감독을 펼치겠다고 설명하며 가계부채 위험관리를 당부했다.
금융권에서는 김 위원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공식적 첫 만남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김 위원장은 37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발을 들인 뒤 기획재정부에서 다수 경력을 보냈다. 24회로 공직에 진출한 임 회장의 기재부 후배인데 김 위원장과 임 회장은 기재부에서 경제정책국장과 1차관 등 핵심 보직을 두루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 모두 과거 기재부 노조가 선정한 ‘닮고 싶은 관료’에 선정되기도 했다. 닮고 싶은 관료는 기재부 인사 가운데서는 신망이 두터운 이들 주로 선정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