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09-25 15:5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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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샘이 본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시각이 번지고 있다.
한샘은 사모펀드 체제 이후 배당을 높임과 동시에 자산까지 팔았다. 본사 사옥 매각은 가구업계 매출 1위 자리까지 경쟁사인 현대리바트에 내준 상황에서 결정된 일인데 한샘의 고민도 점점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한샘이 사모펀드 체제에서 배당액을 높임과 동시에 본사 사옥까지 매각하면서 본업 경쟁력마저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샘 본사.
25일 유통업계에서는 한샘이 본사 사옥을 매각하고 임차해 사용하기로 한 결정이 한샘에게 결국 악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샘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그래비티자산운용에게 3200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사옥 매각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매각 대금으로 다른 건물을 사들여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사옥을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샘으로서는 큰 자산을 날린 셈이다. 매각 대금 3200억 원은 지난해 기준 한샘 자산총액의 30.43%를 차지할 정도로 큰 돈이다.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으로 볼 수 있다.
한샘은 24일 매각 대금 3200억 원을 현금으로 일괄 지급 받으면서 현금 유동성은 확보했다. 하지만 3200억 원이 본업 경쟁력 강화에 쓰일지는 미지수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 상당수다.
최근 한샘의 배당성향을 보면 3200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MM프라이빗에쿼티는 2021년 10월 조창걸 전 한샘 회장과 특수관계인들로부터 한샘 주식 27.71%를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현재 한샘 지분은 IMM 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한 하임 유한회사가 18.95%, 하임2호 유한회사가 15.19%, 하임1호 유한회사가 1.30%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공개매수 등을 통해 지분율을 35.44%까지 끌어올렸다.
한샘은 지난해 주당 4500원을 배당했다.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1998년 이후 최대 배당액이다. 기존 최대 배당금이 2021년 기록한 주당 1550원임을 생각하면 2년 만에 약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하임 유한회사들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들에 대한 배당금을 모두 합하면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해에만 375억 원 정도를 받아간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한샘이 역대 최대 실적을 쓴 것도 아니다. 한샘은 2022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9억 원을 내며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적자 전환 직전인 2021년 영업이익 693억 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36분의1 정도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 한샘은 사모펀드 체제에서 꾸준하게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주당 4500원을 배당했다. 사업보고서가 공개된 1998년 이후 최대 배당액이다. 기존 최대 배당금이 2021년 기록한 주당 1550원임을 생각하면 2년 만에 약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사진은 김유진 한샘 대표집행임원 사장.
한샘은 올해 상반기에도 배당을 늘렸다. 한샘은 올해 상반기 주당 2330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상반기 1500원을 배당한 것과 비교해 배당금이 55.3%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한샘은 처음으로 현대리바트에게 매출 1위 자리를 내줬음에도 배당금을 높인 것을 두고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시각이 가구업계에 많다.
물론 최근 배당성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을 놓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들고 있는 한샘 주식이 19.2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결국 주주환원이 대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더 많다.
배당금을 높일수록 상당부분이 IMM프라이빗에쿼티로 흘러들어가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옥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한샘 주식을 매입한 가격은 22만 원대다. 당시 한샘 주가의 2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한샘 인수에 들어간 총 자금은 1조4400억 원인데 현재 한샘 시가총액은 1조4천억 원을 넘지 않는다.
시가총액이 인수자금을 밑도는 상황에서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사옥 매각 대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재투자에 활용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한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사옥 매각 대금 3200억 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재투자를 할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