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9월] 금융사고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 ‘일벌백계’는 기본이다

▲ 2022년 10월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에 (왼쪽부터) 당시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증인으로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횡령 사고는 100번 사과를 드려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윤리의식, 고발의식, 경각심 등 조직문화를 바꿔나가도록 노력하겠다.”

2022년 10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

이원덕 당시 우리은행장은 내부통제 미흡으로 은행권의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10월 정무위 국감장에서 또 다시 내부통제 실패와 관련한 우리은행 최고경영진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듣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 놓였다.

이는 비단 우리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당시 국감장에는 내부통제 실패 문제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장(농협은행은 수석부행장)이 모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국장감에서 하나 같이 은행권에서 지속해서 터져 나오는 금융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최고경영진 차원의 노력을 다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은행권의 금융사고는 근절되지 않았다.

오히려 금융사고 의혹을 받는 주체가 일반 행원에서 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으로 급이 올라갔고 100억 원대 횡령에 더 이상 놀라지 않을 정도로 규모도 커졌다.

최근 몇 차례 금융사고가 터진 뒤 나온 최고경영진의 재발방지 약속이 공허하고 의례적으로 느껴진 이유다.

일벌백계가 필요하다.

시민사회 등에서는 은행권의 횡령 등 금융사고와 관련해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큰돈을 노리고 부정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실제 규모가 큰 횡령 사고는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적은 돈부터 한 번 해보고 걸리지 않으면 점점 과감해진다는 것이다.

적은 규모의 횡령이나 부당대출도 고소·고발해 형사적 처벌을 받게 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은 횡령 규모가 크지 않고 변제를 하면 적당한 선에서 덮고 넘어가는 온정주의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데스크리포트 9월] 금융사고 막기 위한 내부통제 강화, ‘일벌백계’는 기본이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오른쪽 4번째)은 8월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은행장들에게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당시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간담회에 불참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기관이 외부 평판 리스크 등을 고려해 고소·고발하지 않고 자체 징계로 쉬쉬하며 넘어가는 것도 온정주의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이번 우리은행 건만 봐도 금감원의 검사 결과 발표 이후에야 우리은행 측의 고소가 이뤄지면서 늦장 대응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자체 징계를 받는 것과 수사기관에 고소·고발돼 형사적 처벌을 받는 것은 징계의 무게가 다르다.

단순히 회사의 징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전과기록까지 남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면 직원들의 경각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은행에 있는 돈은 기본적으로 은행 돈이 아니다. 고객이 맡긴 소중한 남의 돈이다.

양쪽이 합의하지 않는 이상 남의 돈을 훔치다 걸리면 경찰서에 가는 것이 기본이다. 돈의 주인인 고객이 용서하고 합의한 적이 없는데 보관기관인 은행이 쉬쉬하며 넘어갈 순 없는 일이다.

엄벌주의가 만능 해결책이 될 순 없겠지만 더 큰 사고를 막기 위한 기반은 될 수 있다.

더 이상은 내 월급이 들어오고 내 돈을 보관하고 있는 은행의 대표가 국감장에 나와 금융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부장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