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로보택시 사업에 '중국 리스크' 커져, 당국 승인과 반도체 조달 불투명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가 4월2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을 찾아 리창 총리와 회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의 자율주행 무인차량 호출 서비스 ‘로보택시’ 사업과 관련해 '중국 리스크'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보택시 핵심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에서 관계 당국이 자율주행보조서비스(Full-Self Driving, FSD) 확대 승인을 좀처럼 내주지 않는 데다 중국에서 얻은 정보를 국외로 반출하는 일도 불확실해진 상황에 놓여서다.

게다가 엔비디아 반도체를 들여와 중국 현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작업도 미국의 제재로 쉽지 않아 테슬라가 로보택시 사업화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과 항저우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테슬라 FSD의 주행 승인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중국은 다양한 지형 및 도로 환경을 갖춰 FSD 기반 자율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기에 적격인 지역으로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화에서 핵심 국가로 평가된다.

중국 당국이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전략 산업으로 지목하고 기업들에 기회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투자금융업체 제프리스는 중국 로보택시 시장이 2030년까지 630억 달러(약 84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테슬라로서는 중국을 발판으로 신사업인 로보택시 관련 기술 개발과 경쟁력 확보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는데 정작 중국과 관련한 사업 리스크가 커지는 모양새다.

테슬라는 지난 6월 상하이 일부 지역에서 중국 내에서는 처음으로 FSD 시험주행을 승인받았다. 

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월 직접 중국을 찾아 정치적 서열 2위인 리창 총리를 만난 뒤 이뤄진 일이라 다른 도시들에서도 빠르게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머스크 또한 올해 연말에는 중국 규제 당국이 FSD 정식 출시를 허용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 로보택시 사업에 '중국 리스크' 커져, 당국 승인과 반도체 조달 불투명

▲ 중국 후난성 장자제시 한 도로 위에 테슬라 모델3 차량이 주차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상하이 외에 다른 주요 도시들에서 FSD의 추가 주행 승인이 늦어지는 이유로 안전성을 비롯해 기술 수준이 충분치 못하다는 점이 꼽히는 것도 테슬라로서는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들 발언을 인용해 “테슬라는 작년 12월 주행보조 프로그램 개선을 위해 미국에서 차량 200만 대를 리콜했었는데 이러한 사건이 중국 당국에게 승인에 관한 부담을 키웠다”라고 분석했다. 

테슬라의 중국 리스크는 FSD 주행 추가 승인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해 자율주행 기술력을 고도화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테슬라가 중국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미국으로 송출하는 방안이 보안을 우려하는 중국 당국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테슬라는 중국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현지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학습하겠다는 '플랜 B'를 세웠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지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반입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테슬라는 전 세계적 전기차 수요 둔화로 최근 2개 분기 연속으로 차량 판매 매출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줄었다. 로보택시 사업화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지 못하면 이러한 실적 악화 추세를 반등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로보택시까지 가지 않더라도 FSD 미승인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 전기차 판매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BYD나 니오와 같은 중국 전기차 제조 기업들이 베이징과 같은 다른 지역 자율주행 허가를 선점해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중국 친환경차 시장에서 테슬라 점유율은 6.8%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포인트 떨어졌다.

결국 테슬라가 로보택시 사업화 핵심 지역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서 리스크가 커질수록 구글 웨이모나 중국 바이두 등과 경쟁은 물론 전기차 판매까지 뒷걸음질칠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자산운용사 거버 가와사키의 로스 거버 CEO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로보택시 사업은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