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내수시장 한계 극복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글로벌 수익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가 리오프닝에 발맞춰 코로나19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해였다면 올해는 실질적 성과와 함께 해외사업을 고도화해야 하는 해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은행들의 상반기 해외법인 실적을 통해 글로벌사업의 현주소와 과제를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KB국민은행 해외법인 상반기 다시 적자로, 이재근 만만찮은 인도네시아 정상화
②신한은행 베트남과 일본 순항, 정상혁 그룹 해외사업 비중 확대 선봉장
③하나은행 해외사업 전략 중심은 '지분투자', 이승열 하반기 실적 개선 자신감
④우리은행 글로벌그룹장 교체 효과 ‘아직’, 조병규 폴란드서 분위기 반전 노린다
⑤기업은행 상반기 아시아 법인 순항, 김성태 베트남 법인화는 "안 풀리네"
⑥전북은행 부산은행 iM뱅크도 간다, 지방은행 글로벌사업은 ‘이제 출발점’

 
[은행 해외사업 점검] KB국민은행 해외법인 상반기 다시 적자로, 이재근 만만찮은 인도네시아 정상화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이 올해 인도네시아 KB뱅크 손실 축소 과제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근 KB국민은행 행장이 인도네시아 사업에 발목이 잡혀 좀처럼 해외법인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글로벌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은 상반기 4대 은행 가운데 홀로 해외법인에서 적자를 봤다. 실적 개선을 위한 이 행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1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해외법인 5곳의 합산 순손실은 875억2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1139억9800만 원)과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약 2962억 원), 하나은행(약 701억 원), 우리은행(약 944억 원) 등 다른 4대 은행이 모두 해외법인에서 이익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KB국민은행의 적자는 더욱 뼈아프다.

해외 핵심 자회사인 인도네시아 KB뱅크(옛 KB부코핀은행)가 대규모 순손실을 내면서 전체 해외사업 실적을 끌어내렸다. 

KB뱅크는 1분기 순손실 529억7400만 원, 2분기 958억1800만 원 등 상반기에 순손실 1514억92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순이익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KB뱅크는 2023년 상반기 KB국민은행의 7천억 원 규모 자금수혈에 힘입어 순이익 84억2900만 원을 거두며 흑자를 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부실여신 여파를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면서 1년 만에 다시 반기 기준 순손실을 봤다.

KB국민은행은 상반기 캄보디아 프라삭은행과 중국법인, KB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 등의 순이익도 2023년 같은 기간보다 줄긴 했지만 적자전환을 하지 않았다.

이에 이 행장은 올해도 해외사업에서 인도네시아 부실을 털어내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2025년 KB뱅크 흑자전환을 목표로 내걸고 있어 남은 하반기 실적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막중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KB뱅크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뒤 인력과 영업채널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과 부실자산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B뱅크는 1분기에도 부실자산 2조8700억 루피아(약 2385억 원) 규모를 정리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활용해 채권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자산 건전성 개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분기 KB뱅크가 한국산업은행(KDB)로부터 3억 달러(약 4천억 원) 규모 장기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기신용장(SBLC) 보증도 제공하면서 지원을 확대했다. KB뱅크는 이 대출로 중소기업 및 소매부문 여신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은행 해외사업 점검] KB국민은행 해외법인 상반기 다시 적자로, 이재근 만만찮은 인도네시아 정상화

▲ KB국민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인도네시아 KB뱅크(전 KB부코핀은행) 홍보영상 갈무리. 


이 행장은 임기 내내 인도네시아 KB뱅크 적자부담으로 해외사업에서 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KB뱅크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모태로 한다. 부코핀은행은 KB국민은행이 2018년과 2020년 지분 약 67%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할 당시부터 부실은행이었다. KB국민은행이 KB뱅크 인수와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금지원에 투입한 금액만 1조6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KB뱅크는 2020년 연간 순손실 434억200만 원, 2021년 2725억2600만 원을 냈다. 

2022년 이 행장 취임 첫 해에는 순손실이 8020억8400만 원으로 급격하게 불어나면서 부실 규모가 더욱 커졌다. 그 뒤 2023년 추가 자금투입과 부실자산 매각 등 노력으로 2023년 순손실을 2612억6300만 원 규모로 줄였지만 올해 다시 상반기에만 순손실 1514억 원을 냈다.

이에 따라 KB국민은행 해외법인 합산 순손실도 2022년 5580억1700만 원, 2023년 1114억1200만 원 등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KB국민은행 내부에서는 2025년 인도네시아 KB뱅크 정상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KB뱅크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말 위험대출(LAR) 비율은 27% 수준으로 2023년 말 약 40%와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강남채 KB국민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은 2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KB뱅크는 그동안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PPOP)이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였는데 2024년 3월부터 6월까지는 PPOP가 흑자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캄보디아 프라삭은행과 중국과 미얀마 등 해외법인에서는 순이익을 내고 있다.

KB마이크로파이낸스미얀마법인은 지난해 연간 흑자를 냈지만 2024년 상반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반기 KB뱅크 순손실은 부실자산을 감축하기 위해 충당금을 많이 쌓은 데 따른 것이다”며 “KB뱅크는 체계적으로 부실자산을 줄이면서 안정적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등 정상화 추진 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