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8일 웨이모 차량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시내를 주행하는 모습. 이날부터 웨이모는 다이나 제인을 비롯 유명인사들을 초청해 무인주행을 하면서 토크쇼를 진행하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웨이모> |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무인택시 차량호출 서비스 ‘로보택시’로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지만 정작 실익은 당분간 구글 웨이모가 챙겨갈 것으로 보인다.
웨이모가 이미 미국에서부터 유료 사업을 시작해 성과를 내는 데다 기술력이나 행정 절차에서도 속도를 내며 테슬라보다 앞서 나가고 있어서다.
15일(현지시각) 투자 전문매체 인베스터 플레이스는 구글 웨이모의 최근 사업 확장을 두고 자율주행차가 곧 시장 주류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인베스터 플레이스는 웨이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내 주행에서 고속도로까지 자율주행 무인택시 시범주행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웨이모는 올해 3월에 현지 당국에서 허가를 받은 뒤 직원이 동승한 상태로만 테스트를 해 왔는데 자율주행 무인택시 전면 상용화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머물지 않고 웨이모는 다양한 환경에서 무인택시 자율주행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웨이모는 매년 하나의 주에서만 시행하던 겨울철 시험주행 영역을 올해는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및 미시간주 등으로 넓힌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율주행 서비스를 도입한 구역도 점차 확대하고 호출 서비스도 일부 지역부터 일반 사용자에 전면 개방하는 등 기술 발전 및 활용 사례 확대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7월23일 열렸던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웨이모에 50억 달러(약 6조7933억 원)를 추가 투자하는 계획도 제시했다.
자금 수혈에 힘입어 웨이모가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힘을 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인베스터 플레이스는 “웨이모가 2023년을 기점으로 기술력에서 큰 도약을 했다고 본다”라며 “알파벳의 50억 달러 투자로 이러한 견해가 증명된 셈”이라고 바라봤다.
▲ 7월24일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한 충전설비에 테슬라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
알파벳의 투자 발표를 비롯해 웨이모가 최근 이룬 성취는 모두 테슬라 로보택시 공개를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큰 것으로 여겨진다.
테슬라가 애초 8월8일 로보택시 공개를 예고했으나 10월로 미루며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물론 로보택시가 테슬라 핵심 신사업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이나 관련 당국의 무인택시 승인 등 테슬라의 사업화 준비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자율주행 무인택시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로보택시 기술의 핵심이 될 주행보조 시스템 FSD(Full-Self Driving) 완성도를 두고 뒷말이 많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증권사 트루이스트 소속 윌리엄 슈타인 애널리스트는 13일자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 FSD 최신 버전인 12.5를 사용하던 도중에 불법 주행을 경험했다”라며 “로보택시 바탕이 될 FSD 기술력이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로보택시 공개가 두 달도 남지 않았음에도 아직 기술력이 충분치 않다는 견해가 나온 것이다.
구글 웨이모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상용화에 훨씬 가까워 테슬라보다 우위에 있지만 지금껏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측면이 있다.
이에 테슬라가 로보택시를 발표해 관련 시장의 관심도만 키우고 정작 그에 따른 수혜는 웨이모에 쏠리는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웨이모는 최근 대형사고 없이 주당 5만 회 이상의 무인택시 유료 주행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테슬라 FSD는 운전자 개입이 없으면 수차례 연속으로 주행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문다.
테슬라가 10월10일 로보택시 데이에 헛물만 켜는 발표를 내놓으면 이를 계기로 시장 판도가 완전히 웨이모에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웨이모가 이미 15년 전부터 자율주행 무인택시 사업을 준비해 그동안 오랜 연구개발과 투자로 확실한 저력을 갖췄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인베스터 플레이스는 “웨이모의 최근 행보를 종합해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빨리 자율주행차가 전면적으로 등장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다만 웨이모가 로보택시에 지리자동차 아래 브랜드인 지커 차량을 도입하려는 점은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인상하는 미국 행정부 방침과 엮여 차량 공급 측면에서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웨이모는 현재 재규어의 I-페이스 차량을 로보택시로 쓰고 있으며 올해 연초부터 지커 미니밴을 개조한 차량을 미국으로 도입하고 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웨이모의 로보택시 차량 확장 계획은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새로운 장애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