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이 실적 개선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두 가지 주요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연말 연임을 놓고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행장 임기 내 발생한 내부통제 문제와 NH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 변화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12월 임기를 마치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절차는 9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도 곧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인
이석용 행장 임기가 12월 말 끝나기 때문이다.
이 행장이 농협은행의 최고 실적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임 농협은행장 가운데 최대 실적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연결 순이익 1조7805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2024년 상반기 순이익이 지난해를 넘어선 만큼 올해 역대 최고 실적 기록을 다시 쓸 가능성도 열려있다. 농협은행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으로 1조2667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다.
이 행장 체제에서 농협금융지주가 공들이고 있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고 있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농협은행은 7월 ‘NH올원뱅크’에 청소년 전용 서비스 ‘NH올원뱅크 틴즈’를 탑재했다. 6월에는 보험과 신탁, 퇴직연금 등 비대면 판매가 가능한 전 상품 가입이 가능하도록 NH올원뱅크 금융상품몰을 전면 개편했다.
연령대별·상품별 서비스를 NH올원뱅크에 집중해 ‘NH올원뱅크’를 ‘슈퍼앱’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에 발맞추고 있는 것이다.
NH올원뱅크는 출시 7년 만인 지난해 11월 가입고객 1천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다만 올해 초부터 연이어 적발된 금융사고들이 이 행장 연임 가능성의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농협은행에서는 3월 109억 원 규모 부당대출 배임사고가 발생한 데 이어 5월 53억 원, 11억 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추가로 드러났다. 총 규모는 174억 원에 이른다.
더군다나 이 가운데 2건은 이 행장 시절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109억 원의 부당대출 관련 금융사고는 2019년 3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53억 원 규모 금융사고는 2020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농협은행 인사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농협중앙회가 내부통제에 힘을 싣는 상황에서 이 행장 임기 내 금융사고가 발생한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5월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중대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 연임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기도 했다.
관건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들이 중대사고에 해당되는지 여부인데 사고 규모 등을 고려하면 중대사고로 분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 NH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들이 이석용 농협은행장 연임의 변수로 꼽힌다. |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이 행장과 함께 끝난다는 점도 이 행장 거취를 결정할 변수다.
이 행장은 선임 당시 농협 외부 출신인 이 회장과 손발을 맞출 적임자라는 평을 들었다. 금융지주 회장에 다른 인물이 선임된다면 은행장에도 그와 합을 맞출 다른 인물이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선임 당시 이 행장에 대해 “금융지주 회장에 외부의 정통 경제관료가 선임된 만큼 농협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양한 근무경력을 바탕으로 법인 사이 원활한 의사소통 및 시너지 창출에 있어 최적임자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농협금융 내부 출신으로 농협중앙회 주요 보직과 일선 영업현장을 두루 경험해 '융합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
1991년 농협중앙회에 들어와 파주시지부장과 조합구조개선지원부 국장, 조합감사위원회사무처 국장, 수탁업무센터장, 서울영업본부장, 기획조정본부장을 역임했다. 2023년 1월 농혐은행장에 올랐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