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가 취임 첫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충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2분기 BNK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홀로 순손실을 냈다. 하반기에도 수익성 개선을 향한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BNK투자 PF 충격에 수익성 개선 힘겨워, 신명호 '고난의 행군' 길어진다

▲ 신명호 BNK투자증권 대표의 실적 개선 고난의 행군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 BNK투자증권 홈페이지 갈무리 >


2일 신용평가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BNK투자증권은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IB)부문에서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7월 말 보고서에서 “BNK투자증권은 핵심 사업이자 수익성장에 기여했던 IB부문에서 높아진 금리수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실적 저하가 지속되고 있다”며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비용이 전체 이익창출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BNK금융지주는 하반기 부동산 PF 관련 추가 충당금 적립이 예상되며 이 가운데 증권부문에서 약 500억 원 적립이 전망되는 등 여전히 PF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IB분야에서 20년을 일해 온 전문가다. 하지만 현재 PF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만만찮은 상황에 놓여 있다.

BNK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725억 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PF 부실 여파가 작용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늘었다.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적자폭은 더 커졌다. BNK투자증권은 2분기 순손실 74억 원을 냈다. 2023년 2분기 순손실 3억 원에서 급증했다.

2021년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동산금융을 성장동력 사업으로 삼아 IB사업을 빠르게 확장했던 점이 독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BNK투자증권은 2024년 3월 말 기준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이 7474억 원으로 자기자본의 약 60%에 이른다. 전체 부동산금융에서 중·후순위 비중이 약 87%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금융부문 부실로 같은 기간 우발부채 규모는 4288억 원이다. 우발채무는 일정한 조건이 발생하면 부채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BNK투자증권은 앞서 2020년만 해도 회사 영업순수익에서 운용부문(48%)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밖에 부동산금융을 포함하는 IB금융(33.9%), 투자중개(20.2%), 자산관리(0.3%), 기타부문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2021년에는 IB부문 수익 비중이 49.3%, 2022년에는 64.6%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 뒤 2023년부터 부동산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IB부문 수익이 마이너스 수치로 돌아섰다. 
 
신 대표는 올해 1월 BNK투자증권 대표로 영입된 뒤 철저한 내부통제, 부동산 PF에 편중된 수익구조 탈피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 뒤 조직개편을 통해 회사 체질개선 작업부터 돌입했다. BNK투자증권은 신 대표 취임 뒤 PF 관련 조직을 축소하고 기업금융을 전담하는 IB금융본부를 신설해 인수금융 등 전통 IB사업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신 대표는 이를 위해 외부 인력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IB분야 전문성과 경쟁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수익성 개선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건설부동산 경기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외부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아서다.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는 “지방 분양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등 비우호적인 대외여건이 장기화되며 상위권 건설사 내에서도 분양실적 저하, 재무부담 증가 등으로 잠재적인 신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 악화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5월 금융당국에서 PF 부실사업장에 대한 구체적 평가 기준을 제시하며 하반기부터 PF 구조조정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PF 관련 재무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BNK투자 PF 충격에 수익성 개선 힘겨워, 신명호 '고난의 행군' 길어진다

▲ BNK투자증권이 여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올해 상반기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순이익을 거뒀다. < BNK금융지주 기업설명(IR)자료 갈무리 >


BNK금융지주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힘을 실으면서 비이자부문에서 증권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신 대표에게는 부담이 되는 요소로 꼽힌다. 부동산 PF 부실을 수습하면서 비이자 수익을 올릴 새 사업을 발굴해야 해서다.
 
권재중 BNK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BNK금융지주 포트폴리오는 현재 은행 중심 여신분야로 돼있어 비이자수익을 창출하는 역할을 증권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사장은 “현재 부동산 PF로 드러나지 않지만 (BNK투자증권이) 다른 사업부문에서도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증권사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를 10% 이상 가져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1962년생으로 부산 대동고등학교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삼성전자 자금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1992년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 뒤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장, SK증권 기업금융본부장, 동부증권 커버리지 본부장, 하나금융투자 IB부문장, 유안타증권 IB 부문 대표 등을 지내면서 IB금융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신 대표는 올해 1월 BNK투자증권 대표 취임식에서 “바름과 균형의 가치 실천을 통한 ‘정도경영’으로 회사의 내실을 다지겠다”며 BNK투자증권을 자기자본 2조 원, 순이익 2천억 원 수준의 톱10 증권사로 키우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