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최근 공개한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티저 이미지. <현대자동차>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차의 첫 경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기아의 첫 보급형 전기차 'EV3'의 유럽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형차 인기가 높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유럽에 곧 출시할 두 소형 전기차로 현지 시장 점유율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9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4월 유럽(유럽연합+유럽자유무역연합+영국)에서 모두 36만9739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8.3% 점유율로 4위를 기록했다.
1위는 25.2% 압도적 점유율로 폭스바겐그룹이 차지했다. 2위는 스텔란티스(17.1%), 3위는 르노그룹(9.4%)이 이름을 올렸다. 5위부터는 도요타그룹(7.7%), BMW그룹(6.9%), 메르세데스-벤츠(5.1%) 등의 순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2023년 유럽 연간 판매 순위에서도 내리 4위를 차지했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폭스바겐그룹과 스텔란티스 양강체제를 중심으로 3위 르노그룹과 현대차그룹, 그 뒤 도요타그룹, BMW그룹, 메르세데스-벤츠로 이어지는 점유율 구조가 굳어지는 상황이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플러그인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순위에선 8.3% 점유율로 6위를 기록했다.
이 순위에서도 폭스바겐그룹이 21.2%로 1위에 올랐고, 2위 스텔란티스(13.1%), 3위 테슬라(12.1%), 4위 BMW그룹(10.4%), 5위 메르세데스-벤츠(8.4%)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작년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BEV)는 약 184만 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약 117만 대가 팔려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6%, 8%였다.
유럽에서도 아직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를 밑돌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전기차 신차 등장은 현지 시장 점유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자토 다이내믹스가 최근 발표한 4월 유럽 자동차 판매량 통계에 따르면 판매 순위 '톱 10' 중 8개 차종이 소형차, 2개 차종이 준중형차였다. 같은 달 국내 판매 10위 안에 소형 SUV 셀토스와 준중형 세단 아반떼, 준중형 SUV 스포티지를 제외한 7개 차종이 중형급 이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시장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EV9 등 E-GMP 기반 전용 전기차 모델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선 파생형 소형 전기차인 현대차 코나 EV와 기아 니로 EV가 가장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은 모두 준중형급 이상인데, 유럽 소비자 취향에 따라 몸집이 작은 소형 전기차를 투입해 판매량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해석된다.
▲ 볼보의 소형 전기차 'EX30'. <볼보자동차코리아> |
기아는 올해 4분기 유럽에 소형 전기 SUV 'EV3'를 출시한다.
EV3는 현대차그룹의 첫 소형 전용 전기차다. E-GMP를 활용해 니로 EV와 비교해 1회 충전 주행거리를 100km 가량 크게 늘리고, 평평한 바닥을 구현해 공간활용성도 개선했다. 그럼에도 국내 기준 출시 가격은 니로 EV보다 1천만 원 가까이 낮다.
지난 4월 유럽에선 EV3와 동급의 전기차 볼보 EX30이 8015대 팔리며, 테슬라 모델Y(9646대)에 이은 전기차 판매 2위에 올랐다.
EV3는 EX30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더 길고,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준 EV3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01km, EX30은 404km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예고한 EX30 국내 판매 가격은 4945만~5516만 원이다. 이에 비해 기아가 공개한 EV3 가격은 4208만~5108만 원이다.
현대차는 올 연말 경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수출명 인스터)를 유럽에 내놓는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기존 내연기관차 모델보다 전장을 25cm 늘리고,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국내 기준 315km를 확보했다. 동급인 기아 레이 EV(205km)보다 110km 더 길다.
현대차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은 올 하반기 캐스퍼 생산 물량 2만4500대 중 70%에 달하는 1만7천 대를 전기차 모델로 채울 계획이다. 유럽 수출이 시작되면 현재 1교대 생산 체계를 2교대로 전환하고, 유럽 판매를 위한 증산에 나설 계획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