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우위 자율주행으로 이어가나, 데이터 잠그고 자국 기업 파격 지원

▲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바이두의 자율주행 무인택시 '아폴로'가 도로 주행을 하는 모습. 상부에 검은색 라이다를 탑재하고 있다. <바이두>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들에게 ‘레벨3’ 자율주행을 일부 공공도로에 허용하고 해외 기업들에는 주행 데이터 반출을 금지하는 등 관련 기술 상용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은 십수 년 전부터 전기차 산업 육성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와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까지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17일 뉴욕타임스와 차이나데일리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완성차 업체와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자율주행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왔으며 향후 성장 속도도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자동차공학회 분석 결과를 인용해 2030년 중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20%가 자율주행 무인 차량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BYD와 광저우자동차그룹(GAC) 등 업체 9곳에 베이징과 상하이를 포함한 7곳 도시에서 레벨3 시험 자율주행을 하도록 허가했다. 미국 테슬라를 비롯해 다른 나라의 자동차 업체는 이번 허가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율주행은 운전자의 주행을 보조하는 수준인 레벨1부터 운전자가 없이도 스스로 운행하는 레벨5까지 단계별로 구분한다. 이 가운데 운전자가 손과 발을 떼고 전방주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레벨3은 본격적 자율주행 단계다. 

일반적으로 레벨3은 사고 시 차량 탑승자가 아니라 제조업체가 법적 책임을 지는 단계인데 중국 당국은 이를 다수 기업에 허용해 자율주행 상용화를 앞당기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 기술 육성을 뒷받침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베이징시는 99억4천만 위안(약 1조8864억 원)을 투자해 도심 내 도로 환경을 자율주행 기술에 최적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외에도 중국 내 50곳 이상 도시에서 자율주행 시험운행 정책을 도입하고 지방자치단체 법률 정비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어느 나라도 중국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높은 전기차 보급률을 발판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자율주행 기술 도입도 더 빠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기차에 탑재한 전기 모터가 일반 엔진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세밀한 주행이 가능해 자율주행 기술 정확도가 더 높다 보니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중국에서 자율주행 관련 기술 상용화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우위 자율주행으로 이어가나, 데이터 잠그고 자국 기업 파격 지원

▲ 중국 BYD가 13일 전기차 덴자 N7으로 선전시 도로에서 주행보조 프로그램을 켜고 야간 주행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두 손을 뗀 모습이 확인된다. < BYD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은 전기차 보급비율이 각각 10%와 25% 정도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격차가 크다.

중국이 전기차 산업 육성에 상당한 투자를 벌인 데 이어 자율주행에서도 빠르게 성과낼 공산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내연기관차에서 다른 국가들에 뒤진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전기차에서 만회하기 위해 구매 보조금은 물론 주요 도시에서 내연기관차 번호판 발급을 제한하는 정책을 오랜 기간 유지해 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십수년 전 베팅이 성공해 중국은 세계 최고의 전기차 제조 국가가 됐다”라며 “이들 전기차 업계가 자율주행과 같은 스마트 기술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향후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각국 기업들이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자율주행차 시장이 2035년까지 최대 4천억 달러(약 552조232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GM 크루즈와 구글 웨이모 등이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시험 주행을 하는 단계까지 올랐지만 안전 문제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면허를 일시 정지당했다. 

이와 달리 중국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가 미국과 유럽에서 ‘관세 폭탄’을 맞은 상황이라 중국 당국으로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새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관련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자국에서 생성한 자율주행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점 또한 중국 기업들에는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자국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에 집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율주행 기술은 데이터 규모에 비례해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바이두와 같은 중국 자율주행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에 연구개발소(R&D)를 세우고 현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 당국도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생성한 데이터를 자국으로 보내는 걸 뒤늦게나마 막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하지만 법안을 꾸리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올해 가을에야 중국 차량들의 데이터를 자국으로 전송하는 작업을 통제하는 조치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중국은 전기차 우위에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자율주행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중국 당국이 관영 매체들과 소셜미디어 검열을 통해 자율주행 사고 관련 정보를 통제하고 있어 안전 문제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