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강대강'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와 사측이 대화창구조차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금융노조의 위원장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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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은행권 사측에 19일 모든 사업장의 노사 대표가 모여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대화하는 전체교섭을 제안했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 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장이 13일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사용자협의회의 회원사 대부분이 탈퇴한 상황에서 산별교섭을 열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라 금융노조 측이 대응한 것이다.
현재 사용자협의회에 가입된 회원사는 신협중앙회와 산림조합중앙회, 한국금융안전 등 3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사용자협의회의 대표성을 문제삼아 교섭 재개를 거부하는 상황”이라며 “금융노조는 이번 전체교섭을 통해 노사 간 대화와 교섭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이 은행장들을 만나 금융노조의 제안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성사는 불투명해 보인다. 하 회장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했을 때 함께 간 은행장들과 은행별로 개별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노사 간 대화창구가 정해지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금융권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계속 추진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9일 제5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를 열어 금융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정착상황을 점검하기로 했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성과 금융노조 파업의 부당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파업이 해결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정부의 압박이 집중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부는 현대차 파업에 긴급조정권 카드를 꺼내들며 노동계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뒤 사태가 마무리된 만큼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에서도 물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도 야3당과 협력하기로 하는 등 성과연봉제 도입을 막아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연말에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와 신한은행을 제외한 대형은행의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과 박원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의 임기가 연말에 끝난다.
노조위원장 선거가 금융노조의 입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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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
금융노조 위원장을 노리는 각 지부 위원장들이 조합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에 더욱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나기수 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지난해 말 선거에서 ‘반 성과주의’를 내세워 조합원의 지지를 받은 적이 있다.
반대로 후임 위원장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들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성과를 내기 위해 조건부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 금융노조가 노조위원장 선거에 집중하면서 성과연봉제 반대의 목소리가 주춤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위원장 선거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투쟁에 끼치는 영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지금 고려할 대상조차 아니다”라며 “성과연봉제 이슈를 선거에 이용할 생각도 없고 금융노조는 조합원들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