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 ‘무증’ ‘액분’ ‘실적’ 상장 만반의 준비, 백종원 30년 여정 끝 보인다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사진)이 회사 창립 30년 만에 기업공개의 문을 두드린다.

[비즈니스포스트] 더본코리아가 창사 30년 만에 드디어 기업공개 문을 두드린다.

백종원 대표는 20대 후반에 더본코리아를 창업했다. 수많은 외식 프랜차이즈를 시험하면서 더본코리아를 이끌다보니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는 시점에서야 상장이라는 '큰 산' 앞에 서게 됐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가치를 후하게 쳐주지 않는 시장의 분위기만 잘 헤쳐나간다면 외식업 한 길 만을 걸어온 백 대표의 고생도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코스피 상장을 위해 제도적으로나 실적 측면에서나 모두 최선의 상황을 조성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더본코리아는 조만간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다. 2018년 처음으로 기업공개 카드를 꺼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실상 잠정 중단했단 상장 카드를 6년 만에 다시 꺼내드는 것이다.

백종원 대표가 이 시점에 더본코리아의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더본코리아의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4천억 원을 넘으며 역대 최대를 보였던 만큼 상장을 더 이상 연기할 만한 이유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흠을 잡기 어렵다. 비록 2023년 영업이익이 2022년과 비교해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상장에 결정적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고물가 탓에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불황을 겪고 있는 외식업계에서 그나마 흑자를 내는 기업이라는 점과 매출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을 앞세운다면 현 시점이 기업공개를 추진할 최적의 시기라는 판단을 내렸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4107억 원을 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출 2천억 원대였는데 매출 3천억 원대 시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4천억 원대로 직행한 것은 그만큼 더본코리아의 외식 프랜차이즈 경쟁력이 굳건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백 대표는 상장을 위해 더본코리아의 발행 주식 수도 늘렸다.

비상장 기업의 경우 소수 인원만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에 발행 주식 수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상장을 하려면 유통 주식 수가 많아야 한다. 그래야만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나기 때문이다.

많은 비상장 기업이 상장을 앞두고 회사의 발행 주식 수를 대폭 늘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더본코리아 역시 이 과정을 그대로 밟았다.

더본코리아는 1월11일 이사회 열고 주식발행초과금 일부를 자본에 넣고 무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신주의 종류는 76만여 주로 기존 구주의 2배 규모였다.

그 결과 1월26일 더본코리아의 주식 수는 기존 38만여 주에서 114만여 주로 늘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더본코리아는 임시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1주당 액면가 5천원인 주식을 500원 10주로 분할하는 안건도 가결했다. 이 과정을 거친 결과 더본코리아의 총 주식 수는 지난해 말 약 38만 주에서 현재 1140만 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백 대표가 제반 준비를 마쳐놓은 만큼 앞으로는 시장에서 과연 적정한 가치를 인정받느냐의 문제만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적정 기업가치로 3500억~4천억 원가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처음 기업공개를 추진할 때 상장주관사로부터 평가받았던 기업가치 3천억 원보다 몸값을 최대 1천억 원 높인 것이다.

6년이 지나면서 더본코리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2배 이상 뛰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체적으로 제시한 기업가치 3500억~4천억 원을 과도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본코리아 ‘무증’ ‘액분’ ‘실적’ 상장 만반의 준비, 백종원 30년 여정 끝 보인다

▲ 더본코리아는 산하에 외식 프랜차이즈 20개를 소유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대표 중식 브랜드 '홍콩반점0410'은 2006년 만들어졌다. <더본코리아>


다만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기본적으로 가맹점 리스크를 안고 있다. 가맹점주들과 납품 가격 등을 놓고 갈등한 탓에 기업가치가 급락하고 결국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회사도 적지 않다. 미스터피자 운영사던 MP그룹(현 대산F&B)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물론 더본코리아가 산하 외식 브랜드 20곳을 운영하면서 표면적으로 가맹점주들과 갈등을 빚었던 적은 없다. 가맹점본사가 종종 비판받는 이른바 ‘갑질 사태’를 겪었던 사례도 없다.

그러나 외식업계의 특성상 언제든지 가맹점 리스크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출렁일 수 있는 만큼 더본코리아의 적정 기업가치 평가도 실제 공모 과정에서 달라질 여지가 충분하다.

백종원 대표에게 더본코리아의 상장은 소회가 남다른 일일 것으로 여겨진다.

백 대표는 1966년생으로 연세대학교 1학년 때부터 외식사업을 경험했다. 이후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하면서 간부식당을 운영하는 경험을 쌓았고 전역 이후인 1993년 원조쌈밥집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1994년 더본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는데 이후 수십개의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여 이 가운데 홍콩반점0410과 빽다방, 새마을식당 등을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물론 이 과정에서 20여 개의 브랜드는 실패하기도 했다.

백 대표가 더본코리아를 통해 수많은 외식 프랜차이즈를 시험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합리적 가격에 대중적 맛'을 선보이는 것이었다. 실제로 백 대표가 운영하는 수많은 외식 프랜차이즈는 인근 매장과 동일한 메뉴더라도 더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백 대표는 대중과 가장 가까운 요식업계 최고경영자(CEO)로 자주 불린다.

더본코리아의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요식업 한 길 만을 걸어온 백 대표의 30년 여정도 한 막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