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비트코인이 올해 가상화폐시장의 최대 이벤트로 여겨지는 반감기를 거쳤으나 별다른 시세 변동 없이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한번 사상 최고가를 넘어설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반감기 전에 최고가를 기록한 만큼 당분간 더 이상의 시세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 비트코인 시세가 20일 반감기 이후 제자리 걸음을 보이면서 향후 가격 흐름을 두고 엇갈리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그래픽 이미지. |
향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얼마큼의 자금이 몰리느냐가 비트코인 시세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22일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에서 오후 2시31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BTC(비트코인 단위)당 0.46% 오른 9567만3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반감기 하루 전날인 19일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로 8851만 원대까지 하락했다가 반등하는 큰 폭의 변동성을 경험했다.
하지만 20일 오전 역대 4번째 반감기를 거친 이후에는 9500만 원선에서 큰 폭의 등락 없이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가 반감기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향후 방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최고가를 경신할 것이라고 믿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지나왔던 세 번의 반감기 사례를 들어 지금 당장 비트코인이 즉각적으로 가격이 급등하지 않더라도 향후 사상 최고가를 충분히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한다.
에릭 안지아니 크립토닷컴 사장은 19일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시세를 두고 “하루 일주일 안에 큰 변동이 없더라도 6개월에 걸쳐 비트코인 강세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반감기 효과는 반감기 당일에 한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로도 장시간에 걸쳐서 나타났다”며 “비트코인은 탄생 이후 가격이 오름세를 지속해왔으며 과거 3차례 반감기 이후 성과도 모두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기록을 살펴보면 첫 번째 반감기 때인 2012년 비트코인은 반감기 이후 369일째 되던 날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두 번째 반감기를 겪었던 2016년에는 반감기 시점으로부터 526일째 되던 날에, 세 번째 반감기 당시인 2020년에도 반감기로부터 546일째가 돼서야 기존 최고가를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 반감기는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19일(현지시각) JP모건은 올해는 반감기 이전 비트코인이 이미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만큼 과거 반감기 때와 다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은 현재 비트코인을 과매수 상태로 진단하고 앞으로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날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도 현재 시세에 반감기 효과가 먼저 반영돼 있는 만큼 반감기 이후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시세를 두고 다양한 예측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향후 가격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로는 또 다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꼽힌다.
투자매체 인베스토피디아는 19일(현지시각)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현물 ETF 자금 유입에 따라 크게 오른 만큼 앞으로도 반감기 이슈보다 현물 ETF 자금 유입 흐름이 시세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1월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힘입어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던 것처럼 현물 ETF에 유입되는 자금량에 따라 비트코인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셈이다.
▲ 향후 비트코인 시세가 반감기 효과보다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에 유입되는 자금량에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비트코인 그래픽 이미지. |
특히 이번 반감기로 줄어드는 비트코인 공급량과 비트코인 현물 ETF에 유입되는 자금량을 단순 비교해도 반감기보다 현물 ETF가 비트코인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은 반감기 직전에 하루 900개씩 채굴됐으나 반감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약 450개씩 채굴된다. 이를 개당 6만8천 달러(약 9500만 원)로 계산하면 약 2925만 달러가 된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하루 평균 2억2200만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감기 효과와 단순 비교해도 약 7배 이상의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성욱 NH투자 연구원은 “반감기 이후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폭은 반감기가 거듭될수록 축소되는 추세이다”며 “ETF 출시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가 반감기의 공급 감소 효과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