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프리미엄’ 전략 독 됐나, 매출 둔화로 중저가폰 필요성 제기

▲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애플 리셀러 매장 앞에서 한 고객이 아이폰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35만 원 가량의 중저가형 아이폰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프리미엄’ 전략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끌어올리기 여의치 않아 저가형 스마트폰을 새로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2일 블룸버그는 월스트리트 전망치를 집계해 애플의 올해 1분기(애플 회계연도 2분기) 전체 매출액이 직전 분기보다 5% 가량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한국시각 기준 5월3일 오전 6시에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아이폰의 출하량이 크게 감소해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아이폰의 올해 1분기 출하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 감소했다.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같은 기간 8%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애플은 이로 인해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줬다. 

블룸버그는 “아이폰12 이후 신제품들의 가격은 높아졌으나 기존 제품과 큰 차별점은 없었다”며 “애플은 서비스와 액세서리에 집중했지만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분히 불러일으키지 못했으며 이러한 스마트폰 판매 전략도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250달러(약 34만5400원) 가격대의 중저가형 아이폰을 출시해 인도를 포함한 신흥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2025년 출시가 예정된 아이폰 SE4의 가격대가 400달러 선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보다 150달러가량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카메라 수를 줄이고 올레드(OLED) 대신 액정표시장치(LCD) 방식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은 고(故)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CEO) 시절부터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 고가 제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매출과 시장 점유율보다 이윤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고급 이미지를 확보해 지금까지는 애플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업체들을 필두로 저가형 스마트폰을 꾸준히 발매해 애플의 시장 점유율에 타격을 입히면서 이러한 전략의 효과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애국소비’ 열풍으로 아이폰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는 점도 애플에 부담을 더하는 요소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스티브 잡스라면 아마도 저가형 아이폰을 내지는 않았겠지만 경쟁자들이 빠르게 발전해 시장 구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 새로 선보인 확장현실 장치인 ‘비전프로’ 또한 향후 수년 동안은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애플이 중저가형 신제품 개발에 뛰어들어야 할 이유로 지목됐다. 

애플은 오는 6월 개최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인공지능(AI)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등 아이폰 역대 최대 업데이트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