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 애리조나에 반도체공장 더 짓는다, '물 부족' 리스크 다시 떠올라

▲ TSMC의 반도체공장 추가 건설 결정과 관련해 수자원 부족 리스크가 거론되고 있다.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3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수자원 부족과 관련한 리스크가 재차 떠오르고 있다.

애리조나 특성상 가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등 영향을 고려하면 물 사용량을 줄이려는 TSMC와 인텔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9일 “물을 집어삼키는 TSMC 반도체공장과 가뭄이 빈번한 애리조나는 어울리지 않는 한 쌍처럼 보인다”며 수자원 공급에 관련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당초 애리조나에 1곳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려 했지만 두 차례에 걸쳐 계획을 변경한 끝에 모두 3개 생산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3곳의 공장 모두 반도체 생산 설비가 들어서는 클린룸 규모가 업계 평균의 2배 수준에 이르며 4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서 물을 여러 차례 정제한 초순수를 활용한 세정 등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량의 수자원을 활용한다. 첨단 공정을 활용하면 물 사용량도 더욱 늘어난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사용하는 수자원 양이 뉴욕시 전체에서 쓰는 물과 비슷하다며 물 공급이 중장기 리스크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애리조나는 10년 이상 빈번한 가뭄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포춘은 애리조나주 당국이 지하수 부족을 이유로 최근 부동산 개발 계획을 제한했던 사례를 들며 “미국에서 가장 물이 부족한 지역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했다.

자연히 TSMC가 애리조나에 대규모 공장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물 부족과 관련한 리스크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인텔도 애리조나에 반도체 생산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어 수자원 확보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포춘은 TSMC와 인텔이 이러한 리스크에 대응해 물 재활용률을 높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는 전 세계 공장에서 물 재활용률 9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포춘은 이러한 계획을 두고 회의론이 힘을 얻고 있다며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의 재활용률을 높인다고 해도 외부에서 일정한 양의 수자원을 계속해 수급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텔 역시 애리조나 공장에서 하루 900만 갤런 상당의 물을 재활용해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수자원 당국 관계자는 포춘을 통해 “수자원이 무한하지 않아 언젠가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현재 계획대로라면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 생산 확대에 따라 필요한 물의 양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중장기 관점에서 물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기후변화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가뭄이 더 빈번하게 또는 오랜 기간 발생해 수자원 고갈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조쉬 레파스키 뉴파운드랜드메모리얼대 교수는 포춘을 통해 “애리조나의 수자원 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수 있다”며 “반도체공장 가동이 지속될수록 기후변화도 꾸준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수자원 공급 상황이 큰 문제로 자리잡을 만큼 심각하게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S&P글로벌은 보고서를 통해 “수자원 리스크는 향후 반도체 기업의 사업 운영과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