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9월9일(현지시각) 인텔 오하이오 반도체공장 착공식에서 투자 결정을 환영하는 내용의 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 실적을 발표한 뒤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겪은 것은 미국 정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바이든 정부가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결정한 뒤에도 주가가 약세를 보인 만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대한 명분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논평을 통해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제조산업에서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70억 달러(약 9조4700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이후 인텔 주가는 하루만에 8% 안팎 하락하는 등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튿날인 4일(현지시각) 주가도 전날보다 1.49%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를 따라잡을 기회가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가능성 없는 목표에 지나친 돈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TSMC와 삼성전자 등 해외 반도체 기업에 의존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라 인텔에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이 미국에서 받게 될 보조금은 대출을 포함해 모두 195억 달러(약 26조4천억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큰 폭 적자를 발표하며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오히려 인텔의 적자와 큰 폭의 주가 하락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고 바라봤다.
미국 국민과 기업의 세금이 인텔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가며 반도체 지원법 시행의 명분을 강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성장에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예고했다”며 “주가 하락은 확실한 신호”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인텔이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는 시기가 너무 늦어진다면 미국 정부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텔을 미국 반도체 제조업의 ‘챔피언’으로 키워내는 것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관점에서 적합한 방향”이라며 “그러나 대규모 지원에 따른 대가는 차기 정부에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