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3월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필드에서 벗어나 자리에 앉아만 있더니 세상 물정 정말 모르는구나."
최근 오랜만에 만난 선배에게 들은 핀잔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민심이 엄청 사납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으로 '물가'를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2.8%로 낮아졌다가 2월에 3.1%로 올라선 뒤 2개월째 3%대를 기록했다.
가장 큰 오름폭을 보이고 있는 것은 농산물인데 무려 20.5% 올라 2월(20.9%)에 이어 두 달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특히 사과가 88.2% 상승해 전월(71.0%)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승 폭이다. 배(87.8%), 귤(68.4%) 등도 많이 뛰었다.
실제 마트나 시장에 가면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애호박 하나에 3천~4천 원까지 하니 도저히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반찬 가게에서도 호박 반찬이 고기 반찬보다 비싸다.
직장인들의 점심 먹기 역시 만만치 않다.
회사 근처 점심값을 살펴보면 기본이 1만 원이다. 김치찌게 순대국밥 한 그릇이 1만 원을 넘는 것도 허다하다. 실제 3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3.1%)보다 0.3%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총선 이후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요금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2분기 전기요금을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하지만 한전의 누적 적자는 43조 원에 이르고, 부채는 200조 원이 넘는다. 연내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국제 유가 상승도 불안 요소다. 지난달 석유류는 전년 동기 대비 1.2% 상승했다. 석유류가 전년보다 오른 것은 2023년 1월(4.1%) 이후 14개월 만이다.
4일(현지시각) 오후 3시15분 기준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1.16달러(1.36%) 오른 배럴당 86.59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5% 오른 90.65달러에 마감했는데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평균 원유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동시에 올여름 유가가 95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말 1290원 안팎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지속하는 '강달러'에 아시아 통화 약세와 맞물려 1350원에 근접해 있다.
고금리에 물가가 뛰면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실제 편의점 ‘마감 할인’ 상품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마감 할인은 GS25 전용 앱인 ‘우리 동네 지에스’에서 소비기한이 임박한 신선식품을 최대 4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서비스다. 판매 수량이 지난해 12월보다 6.7배나 늘었다. 주로 도시락, 샌드위치, 김밥, 주먹밥 등이었다.
그만큼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총선 이후가 더 두렵다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루 빨리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한단에 875원이라는 '대파 논란'의 핵심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