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준법감시인 지원인력을 일제히 늘렸음에도 횡령 배임 등 사고가 이어지면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준법감시 조직 강화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내실 있는 책무구조도 도입 등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준법감시 인력 늘면 뭐하나, 연이은 횡령 배임에 실효성 논란

▲ 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준법감시인 지원인력을 늘렸지만 은행권에선 횡령 배임 등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2023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의 준법감시인 지원조직 인력은 566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7.6% 늘었다.

준법감시인은 은행 내부통제 업무 총괄 총책임자다. 준법감시체계를 마련해 직원이 법규를 준수하도록 하고 위반 행위를 빠르게 적발해야 한다. 은행은 현행법에 따라 반드시 준법감시인과 지원조직을 둬야 한다.  

은행은 최근 내부통제가 강조되면서 준법감시 전담부서는 물론 자금세탁방지부서와 법률지원부서 등 지원조직 크기도 키우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준법감시인 지원조직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이 2023년 말 190명으로 가장 많았다. 1년 전보다 14명 늘었다.

신한은행이 128명, 하나은행이 126명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과 하나은행은 1년 전보다 각각 12명과 16명이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의 준법감시 지원조직에는 122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년 전보다 2명 줄었다.

4대 시중은행 모두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준법감시부서 인력이 2023년 말까지는 총 임직원수 대비 0.4%, 2025년 말까지는 0.8%를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준법감시조직 강화 흐름은 전체 은행권으로 시야를 넓히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해 10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 20곳의 준법감시 인력은 689명으로 2022년 말보다 17.8% 늘었다.
 
시중은행 준법감시 인력 늘면 뭐하나, 연이은 횡령 배임에 실효성 논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영등포 금감원 본원에서 '2024년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은 당시 올해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건전한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구축'을 꼽았다. <금융감독원>


다만 이 같은 준법감시인력 증가에도 은행권에서는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인력 충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준법감시 조직이 가장 큰 국민은행에서 최근 100억 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BNK경남은행과 DGB대구은행, 국민은행 등에서 연이어 금융사고가 터지며 내부통제 문제는 1년 내내 금융권의 주요 화두에 올랐다.

준법감시인 같은 일반 임직원을 늘려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임원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임원 책임을 물어야 조직 전체로 경계심이 퍼져 사고 예방효과가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4대 시중은행은 7월 도입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

은행연합회도 조용병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압박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4월1일부터 준법감시인 자격요건 경력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고 기업금융이나 파생 관련 직원의 순환근무 및 명령휴가제 등의 방안이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2022년 11월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에는 시간을 좀 더 두고 도입하려 했지만 연이은 금융사고 발생에 지난해 말 도입 시기를 사안별로 6개월~2년 가량 앞당겼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