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폴더블폰 화웨이에 역전 당할듯, 노태문 보급형 폴더블폰 전격 검토

▲ 삼성전자가 보급형 폴더블폰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하던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같은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후발주자들과 격차를 벌리고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해 기존 제품보다 20~40% 저렴한 보급형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화웨이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2분기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점유율 격차를 5%포인트 내로 좁힌 적은 있지만, 삼성전자를 역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폴더블폰 화웨이에 역전 당할듯, 노태문 보급형 폴더블폰 전격 검토

▲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사진)이 기존 폴더블폰보다 20~40% 저렴한 보급형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 폴더블폰 점유율은 2022년 4분기 83%에서 2023년 4분기 42%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3분기 판매 정점을 찍은 갤럭시Z 플립5와 갤럭시Z 폴드5 출하량은 줄어든 반면 화웨이와 아너 등 중국 업체들의 폴더블폰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레노버의 스마트폰 브랜드 모토로라는 지난해 599달러(약 78만 원)의 중저가 폴더블폰 ‘레이저 2023’을 출시했고, 화웨이는 올해 100만 원 이하의 플립형 스마트폰(가칭: 포켓P)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현지시각 7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폴더블폰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폴더블폰을 스마트의 생명줄로 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도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의 돌파구를 폴더블폰에서 찾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폴더블폰은 높은 가격이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의 가격은 256GB 기준 각각 139만9200원, 209만7700원으로, 기존 바형 스마트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을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로 올려놓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보급 확대에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삼성전자 폴더블폰 지배력도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노 사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폴더블폰 대중화’를 역설해왔다.

그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공급망 파트너와 함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는 시점부터 보급형 폴더블폰을 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급형 폴더블폰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스플레이 원가부터 줄여야 한다. 폴더블 부품원가에서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안팎에 달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율(양품 비율)을 끌어올리고, 테두리(베젤) 제조 방식도 변경해 원가절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BOE 등이 폴더블 디스플레이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어, 공급 확대에 따른 패널 가격 인하도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는 현재 기존 폴더블폰보다 20~40% 저렴한 갤럭시Z폴드6FE와 갤럭시Z플립6 FE(가칭)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보급형 폴더블폰을 출시하려면 디스플레이, 배터리, 카메라 등 주요부품 성능 측면에서 일부 타협해야 하는데, 이는 자칫하면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성도가 떨어진 폴더블폰이 출시된다면 삼성전자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애플이 폴더블폰 출시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IT매체 테크레이더는 “보급형 갤럭시Z폴드에는 원가절감을 위해 S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며 “저가형 칩셋을 사용하거나 더 작은 화면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