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외국인 매도 폭탄에 주가 올해만 23% 폭락, 바닥은 대체 어디?

▲ 외국인투자자들이 새해 들어서도 삼성SDI 주식을 계속 팔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외국인투자자들이 새해 들어서도 삼성SDI 주식을 계속 팔고 있다.

전기차시장 성장 둔화 영향으로 이차전지 주가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삼성SDI는 외국 자금 이탈이 두드러진다. 4분기 실적 부진, 회사의 대규모 투자계획 등이 매도세를 더 자극할지 시선이 집중된다. 
 
2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1월2일부터 26일까지 19거래일 연속 삼성SDI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란 거래대금 또는 거래량을 기준으로 매도 규모가 매수 규모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

삼성SDI는 2023년 12월에 이어 새해에도 외국인투자자 순매도 1위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1월 들어 삼성SDI 주식 1조3641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같은 기간 매수금액은 7993억 원으로 순매도 금액은 5648억 원어치다.

순매도 2위인 LG화학(2796억 원)과 비교해 두 배를 더 팔아치웠다.

외국인투자자들은 12월에도 삼성SDI 주식 8902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삼성SDI 순매도 금액은 197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만 해도 외국인투자자 순매도 상위종목 순위가 13위로 10위권 밖이었는데 10월에는 순매도 3위, 11월에는 2위에 올랐다. 

삼성SDI 외국인투자자 이탈이 본격화한 10월을 살펴보면 같은 이차전지주 대표 종목인 에코프로와 금양은 외국인투자자 순매수 상위종목 1위,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주가가 절반 아래로 떨어진 대표적 2차전지 대형주 에코프로와 금양에 자금이 몰리면서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저가매수 선택지에서도 밀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외국인투자자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지분율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삼성SDI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7월만 해도 49% 수준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12월 말에는 44%대로 떨어졌다. 올해 1월26일 기준 삼성SDI 외국인 지분율은 43.37%를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서만 외국인 지분율이 1.6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외국인투자자의 이탈은 삼성SDI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SDI 주가는 지난해 3월7일에는 79만3천 원까지 오르면서 80만 원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2023년 7월 70만 원대가 깨지고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1월26일 기준 삼성SDI 주가는 36만500원으로 54.5% 추락했다.

올해 1월 들어서만 22.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이 744억 원어치를 순매수한 이차전지주 에코프로(-15.9%)와 비교해도 주가 낙폭이 더 크다.
 
삼성SDI 외국인 매도 폭탄에 주가 올해만 23% 폭락, 바닥은 대체 어디?

▲ 4일 오후 울산시청 시장실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왼쪽 여섯 번째)과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왼쪽 다섯 번째)가 '산업단지 개발 및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시>


일각에선 삼성SDI는 4분기 실적 부진, 대규모 투자계획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한동안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SDI는 2023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9천억 원, 영업이익 3893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 영업이익은 21%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치(4798억 원)과 비교해도 19% 밑도는 수치다.

삼성SDI 주요 고객인 유럽 완성차기업 스텔란티스 관련 매출이 부진했던 탓이다. 전기차용 이차전지부문에서 삼성SDI 고객 구성은 BMW가 40%, 스텔란티스가 25%, 아우디가 15~2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는 2023년 3분기 기준 전기차용, 전력저장장치용, 스마트폰용 배터리 등 소형전지 품목의 에너지솔루션부문 매출 비중이 90%, 반도체소재 등 전자재료부문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시장 둔화에도 오히려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울산 양극재·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에 1조 원 규모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투자는 외형 확대와 함께 미래를 위한 준비지만 비용이 늘어나 실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단기적 투자심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증권가는 삼성SDI 주가가 과도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전기차시장 성장 둔화 우려에 따른 이차전지주 전반의 약세를 고려하더라도 삼성SDI 주가가 심하게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실적 추정치 등을 반영해 삼성SDI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면서도 이차전지 기업 가운데 최선호주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셋째 주 보고서에서 “삼성SDI 현재 주가는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고려할 때 역사적 밴드 최하단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매우 높은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시장 수요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지만 고급 브랜드는 핵심 고객층을 중심으로 견조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도 BMW, 리비안 등의 전기차 판매는 목표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SDI는 상대적으로 가장 안정적 사업환경에도 주가 하락이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