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연료 생태계 구축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원료를 사용한 석유제품의 국내 생산을 막고 있던 법적 장애물이 제거되면서 전 세계에서 '270조 원대' 성장이 기대되는 바이오 연료 산업이 국내에서도 활로를 얻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친환경연료 산업 연다,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바이오디젤 공장 시동

▲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이 친환경연료 사업에서 탄력을 받게 됐다. < HD현대오일뱅크 >


HD현대오일뱅크는 이번 달 이후부터 바이오디젤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어 친환경 연료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고 밝혔다.

향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돼 6개월 안으로 시행되며 산업환경에 맞춘 하위법령을 준비하고 정유사들을 위한 지원사업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법에선 금지됐던 사업이 곧 합법화되면 국내 바이오 연료 산업도 활력을 띌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업체들은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규제 특례 샌드박스)’를 승인 받아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 대체연료 개발과 실증사업을 진행해오고 있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연산 30만 톤 규모로 바이오디젤 생산을 시작한다. 앞서 공장을 건립한 GS바이오(12만 톤)보다 더 큰 규모다. 

대산공장에 건설된 바이오디젤 공장은 이번 달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연간 생산량 13만 톤 규모로 2021년부터 건설을 추진해 지난해 12월 시범가동을 했다.

바이오디젤 공장은 주 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 구축의 첫 단계다. 화이트 바이오란 미생물, 효소, 식물 등 천연 소재로 석유화학 원료를 대체해 제조 과정과 사용에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2단계로는 올해 안으로 대산공장 설비 일부를 연간 50만 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생산 설비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수소화 식물성 오일은 폐식용유 등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친환경 연료다. 

수소화 식물성 오일을 활용한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 설비도 2025년 내로 준공한다.

마지막 단계로 2026년부터 글리세린 등 바이오 원료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칼 사업을 구축해 2030년까지 연간 100만 톤 규모의 화이트 바이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규제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바이오 연료 사업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10월에 주 사장은 인도네시아 현지를 직접 방문해 코린도그룹으로부터 팜잔사유 연간 4만 톤, LX인터내셔널로부터 8만 톤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 연료 생산 본격화를 앞두고 원료 공급망부터 확보한 것이다.

2022년 8월에는 롯데제과와 업무협약을 맺어 기름찌꺼기와 지방산 등을 제공받기로 했다.

이렇듯 주 사장이 바이오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친환경 연료가 정유사의 미래 먹거리로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친환경연료 산업 연다,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바이오디젤 공장 시동

▲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 HD현대오일뱅크 >

해외 시장에선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화석연료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면서 바이오 연료 시장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채택한 '수송부문 바이오연료 및 가스 의무화 규정'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자국 내 이동수단 연료의 3.5%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거나 혼합해 사용해야 한다.

화학적 구조가 기존 석유 기반 연료와 유사한 바이오 연료는 기존 설비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즉 별도 장비 구축이나 교체 없이 기존 차량, 선박, 항공기의 내연기관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12월 내놓은 ‘수송부문 탈탄소화 보고서’에서 이 같은 장점을 들어 바이오연료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점쳤다.

현재 0%대에 수렴하는 수송부문 바이오연료 비중이 2030년에는 6%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간 수요로 환산하면 8억6천만 배럴이 넘는다.

한국 연간 국내 석유 수요의 약 70%에 달하는 양이다.

20~30년 후 시장 전망은 더 좋다. 금융정보업체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도 이번 달 내놓은 자체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50년 수송부문에서 사용하는 연료 가운데 약 25%가 바이오 연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지속가능항공유(SAF)와 선박유까지 포함하면 향후 바이오 연료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국제통계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서 2023년 8월 낸 분석에 따르면 2030년 기준 바이오 연료 시장 전체 규모는 2012억 달러(약 275조 원)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약 1100억 달러(약 145조 원)로 추산된 국제 철강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서 집계한 결과다. 

해외 정유사들도 이같은 트렌드에 맞춰 바이오 연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핀란드 석유화학 대기업 네스테(Neste)는 지난해 12월 자사의 바이오연료 생산 계획을 기존 2030년 680만 톤에서 930만 톤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지난해 9월부터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 에니(ENI)와 협업해 충남 대산 사업장에 연산 30만 톤 규모의 수소화 식물성 오일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해오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석유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앞으로 바이오 사업 등 친환경 사업 기술개발과 친환경 연료 상용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