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지원금 확보 경쟁, TSMC 마이크론 '노조와 협력' 적극 앞세워

▲ 미국 마이크론이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정부 보조금을 노려 노조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적극 앞세우고 있다. 마이크론의 미국 아이다호주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마이크론>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올해 안에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첫 대상 기업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치열한 물밑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이 정부 지원 심사에서 가점을 받기 위해 노조 설립과 활동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만큼 다른 기업들도 뒤를 따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블룸버그는 8일 “마이크론이 150억 달러(약 19조6천억 원)를 들이는 반도체공장 건설과 관련해 노조와 협약을 체결했다”며 “정부 지원금 확보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현재 본사가 위치한 미국 아이다호에 메모리반도체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짓는 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안에 반도체 투자 지원금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발표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법안이 시행된 뒤 처음으로 실제 보조금이 제공되는 것이다.

상무부는 심사 과정에서 노조와 협약을 맺은 기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바이든 정부의 ‘친노조’ 성향을 뚜렷하게 반영한 셈이다.

마이크론은 현재 미국에 모두 1천억 달러(약 131조 원) 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를 앞두고 있다.

자연히 투자 금액의 상당 부분을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려 할 공산이 크다.

노사협약을 체결해 노조활동을 장려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앞세워 알리는 것은 상무부의 지원금 심사 과정에서 가점을 받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약 52조 원)를 들여 파운드리공장을 신설하는 TSMC도 최근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TSMC는 7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노조와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약에는 TSMC가 현지 노조와 정기적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노동자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며 일자리 보전과 안전한 업무환경 조성에 힘쓰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반도체 지원금 확보 경쟁, TSMC 마이크론 '노조와 협력' 적극 앞세워

▲ TSMC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

TSMC는 그동안 애리조나 지역 노동자들과 고용 및 근로환경, 대만 출신 근무자와 차별 등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어 왔다. 이 때문에 공장 가동 시기를 6개월 정도 늦추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협약으로 노사 분쟁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심사에도 현지 노조와 협력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앞세울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는 TSMC 공장 노동자들이 상무부의 반도체 지원금 심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중요한 성과를 거두게 됐다며 TSMC가 첫 대상 기업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는 기업들에게 약속한 시설 투자 보조금은 390억 달러(약 51조 원)다. 전체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텔과 마이크론, TSMC, 삼성전자 등 정부 지원을 노려 공장 투자를 시작한 기업들이 최대한 많은 보조금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TSMC와 마이크론이 바이든 정부 기조에 맞춰 노조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내세우며 잠재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 셈이다.

결국 인텔과 삼성전자 등 다른 기업도 이러한 선례를 따라 적극적으로 미국 반도체공장에서 노조 설립 및 활동을 장려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게 될 공산이 크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의 일자리 창출 및 고용환경 개선을 반도체 지원법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로 두고 있다. 자연히 노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평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