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초반 분위기는 외화내빈? 핵심인 ‘화석연료 퇴출’ 논의 겉도는 중

▲ 11월30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술탄 알 자베르 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COP28 공식 영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시작되자마자 손실과 피해 기금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 등 다양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주제로 꼽히는 화석연료 퇴출과 관련해서는 좀처럼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각) 영국 뉴스통신사 로이터는 세계은행(WB)을 비롯한 세계 주요 개발은행이 발표할 공동성명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공동성명에는 세계 각국이 에너지 분야 등 산업정책을 친환경적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금융, 기술을 지원하는 종합적 플랫폼 구축 사업에 지원 등 내용이 담겼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으로 피해를 보는 국가에 재난위험 관리, 재난대비 역량 구축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당사국총회는 개막 첫날부터 손실과 보상 기금이 공식적으로 출범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양한 발표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각)에는 세계 117개 나라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늘리겠다는 선언을 내놨다.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에는 발표 직후 멕시코가 동참해 선언 참가국이 118곳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당사국총회가 시작되자마자 기후변화 대응 관련 다양한 발표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초반 분위기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술탄 알 자베르 당사국총회 의장은 개막 첫날인 11월30일 손실과 피해 기금의 출범을 발표하며 “당사국총회 첫날부터 합의안을 채택한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실질적 성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은 여전히 우세하다.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의장국을, 아랍에미리트의 국영석유기업인 애드녹(ADNOC)의 최고경영자(CEO)인 술탄 알 자베르가 의장을 맡으면서 이번 당사국총회가 산유국의 강한 입김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까지 다양한 합의, 선언 등이 나왔음에도 의혹의 눈초리는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손실과 보상 기금은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 서약 등 모두 실질적 내용은 비어 있거나 강제성 없는 약속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선언에는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 혹은 산유국들이 참가를 거부해 선언의 의미에 빛이 바래기도 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퇴출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발표된 합의, 선언들 모두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은 주요 비판 지점이다.

세계은행과 주요 개발은행 등이 내놓을 공동성명에도 화석연료와 관련한 투자 중단 등 내용은 빠져 있다. 화석연료의 퇴출 문제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으로 보고 주력하는 의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일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을 향해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로 억제하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석연료 퇴출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자베르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화석연료 퇴출을 향한 당사국총회 의장단의 의지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영국 언론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자베르 의장은 11월21일 메리 로빈슨 전 유엔 기후변화 특사와 화상회의를 하던 중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감축에 과학적 근거나 시나리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화석연료의 사용 중단은 전 세계를 선사시대로 되돌려 놓는 행위”라는 발언을 했다.

자베르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기후변화 대응 관련 비정부기구 등을 중심으로 비판적 발언이 나왔다.

환경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정부기구인 기후위기자문단(CCAG)의 데이비드 킹 단장은 자베르 의장의 발언을 놓고 “당사국총회 의장이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발언을 들으니 매우 우려스럽고 놀랍다”며 “지구의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늦어도 203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