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전자 가위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면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특허를 보유한 툴젠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 유전자 가위 치료제가 처음으로 규제당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받게 됨에 따라 관련 시장이 열리는 만큼 특허를 보유한 툴젠도 기술이전 등을 통한 수익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3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가위 치료제 미국 승인을 앞두고 툴젠(사진)의 특허사업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3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이 올해 안에 카스게비(미국명 엑사셀)의 허가 여부를 결정함에 따라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세계 첫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엑사셀이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 자문위원회가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버텍스파마슈티컬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유전자 편집 치료제 카스게비(미국명 엑사셀)에 대한 효능을 인정하면서다.
앞서 영국의약품규제청은 16일 카스게비에 대한 조건부 판매허가를 승인한 바 있다.
기존에 의학계에서 ‘꿈의 치료제’로 불리던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한 첫 치료제가 시장에 나온 것이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물질인 DNA 염기서열의 특정 부분을 자르거나 붙여 원하는 대로 편집하는데 사용되는 기술을 말한다.
이번에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카스게비는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빈혈과 겸상적 혈구병 치료 물질로 유전자 가위 3세대 기술 크리스퍼-카스9이 적용됐다.
크리스퍼는 특정 유전자가 있는 곳으로 가이드 역할을 하는 리보핵산(RNA)으로 유전자 편집위치를 찾은 이후 카스9 단백질로 잘라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식이다.
엑사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기반으로 유전 질환인 겸상적 혈구병을 예를 들면 11번 염색체의 염기 이상을 교정하는 치료제인 셈이다.
겸상적 혈구병은 11번 염색체 염기 이상으로 발생해 정상적 상태인 타원 모양의 적혈구가 아닌 낫 모양의 적혈구가 생성돼 산소 전달 능력이 떨어지는 유전 질환을 말한다.
▲ 툴젠이 원천 특허를 보유한 국가. <툴젠 홈페이지 갈무리>
처음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치료제가 미국에서도 허가를 받게되면 앞으로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유전자 가위 치료제는 10년 전에 기술이 개발되면서 ‘꿈의 치료제’로 여겨졌지만 유전자 변경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해왔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시장인 미국에서 처음으로 허가가 나온다면 관련 시장 진입을 위해 유전자 가위 기술도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기술시장조사 업체인 이머젠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유전자 가위 시장 규모는 14억4600만 달러(1조9200억 원)에서 2028년 62억2100만 달러(8조2600억 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전자 가위 기술 특허 권리를 확보한 툴젠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툴젠 주가는 11월 유전자 가위 치료제의 허가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10월31일 종가 3만2천 원에서 11월1일에 상한가까지 치솟은 이후 꾸준히 오르면서 30일엔 7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사이에 주가가 2배 이상 뛴 것이다.
툴젠은 현재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홍콩, 일본, 인도, 호주, 싱가포르 등의 국가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원천 특허 25건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특허와 관련해 저촉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툴젠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
툴젠은 현재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와 특허 저촉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1단계로 여겨지는 모션페이지 단계에서 선순위자(시니어 파티)의 지위를 인정 받으며 경쟁자들 대비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다만 CVC그룹과 브로드연구소 사이에 진행되고 있던 저촉심사에서 두 기관 모두 항소를 진행함에 따라 툴젠과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나온다.
툴젠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유전자 가위 치료제 허가에 따라 회사도 라이선스 아웃 등 적극적 수익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저촉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장기간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CVC그룹과 미국 브로드연구소와 사전 합의 등을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