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화웨이가 자체 설계 모바일 반도체를 적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잇따라 선보였다. 화웨이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5' 이미지. <화웨이>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화웨이가 최근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이어 신형 폴더블 제품에도 중국의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제조한 반도체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스마트폰이 미국 정부의 규제에 맞서는 상징적 제품으로 자리잡아 소비자들에 인기를 끈다면 삼성전자가 폴더블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를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12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화웨이 새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5’는 화웨이가 설계하고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에서 생산한 5G 통신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반도체는 화웨이가 8월29일 공개한 프리미엄 제품 ‘메이트60프로’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웨이 메이트60프로 출시는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SMIC가 7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스마트폰에 탑재된 주요 반도체를 생산하고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화웨이와 SMIC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강도 높은 무역규제를 시행했다. 두 기업이 반도체 기술력을 키우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화웨이와 SMIC가 스마트폰용 고사양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제조해 상용화한 것은 중국이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영향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의미에 해당한다.
화웨이가 뒤이어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같은 기술을 선보이며 미국에 ‘원투 펀치’를 날린 셈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에 불만을 품던 중국 소비자들은 자연히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 소식을 크게 반기며 강력한 구매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화웨이의 두 스마트폰 신제품은 중국 소비자에 상당한 관심을, 미국 정치권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미국 규제의 효력에 의문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상당한 잠재수요를 확보하게 된 일은 애플 아이폰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애플이 아이폰15 시리즈 글로벌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화웨이라는 막강한 경쟁 상대를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에 폴더블 제품을 포함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지만 판매량과 점유율이 모두 크지 않은 수준이라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5' 이미지. <삼성전자> |
그러나 삼성전자가 확실한 선두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던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에 1위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지며 자존심을 지켜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화웨이는 이미 조사기관 시노리서치 집계 기준으로 중국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오포가 2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3위에 그쳤다.
물론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처음 출시한 이래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하지만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집계에 따르면 중국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 증가율이 상반기 약 102%로 전 세계 시장 성장률을 크게 뛰어넘고 있는 만큼 상황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화웨이의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는 삼성전자의 선두 수성에 더욱 불안한 요소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유안타증권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화웨이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5G 통신반도체를 탑재한 기기를 출시한 일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도 화웨이의 신형 스마트폰 출시에 맞춰 일부 정부기관에서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국 기업을 밀어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지 소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화웨이 메이트60프로 또는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5로 이동할 수 있도록 최대 경쟁사인 애플을 압박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셈이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CEO는 메이트X5 출시를 알리며 “최고의 폴더블폰은 여전히 화웨이 제품일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력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다만 화웨이가 미국뿐 아니라 여러 동맹국에서 전 세계적으로 규제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중국 이외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수요가 화웨이에 잠식당할 가능성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닌 만큼 실질적으로 모바일 사업에서 받게 될 타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등 중국 업체에 폴더블폰 점유율 선두를 빼앗긴다고 해도 갤럭시Z폴드 및 갤럭시Z플립 시리즈 브랜드 가치에 미칠 영향은 적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맞춰 BOE 등 현지 디스플레이 업체의 폴더블 올레드 패널 사업 규모가 확장되는 것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경계해야 할 리스크로 꼽힌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