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차량 인기 높은 한국, 중대형 친환경차 확산에 도로에 큰 차 더 는다

▲ 국내 소비자들의 큰 차 선호 추세가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중형급 이상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출시가 본격화하고 있어 앞으로 국내 도로에는 큰 차가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기아 카니발, 현대차 하이오닉7 콘셉트카, KG모빌리티 토레스 EVX, 현대차 팰리세이드.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자동차 시장에선 중형급 이상 큰 차가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서도 드물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큰 차 선호 추세가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중형급 이상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하고 있고 중·대형 하이브리드 차종까지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에서 중형급 이상(중형·준대형·대형) 차량은 모두 52만3928대가 판매돼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8%에 달한다. 더구나 준대형 및 대형차 판매량이 29만2743대로 중형차(23만1185대)보다 더 많다.

모델별로 따져봐도 올해 1~7월 국내 누적판매 순위 1위가 준대형 세단 그랜저, 2위가 대형 RV(레저용 차량) 카니발로 큰 차 선호 현상이 명백히 나타난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 10위권에 든 준준형 이하 모델은 5위 현대차 아반떼, 6위 기아 셀토스, 8위 기아 레이 등 단 3개 차종에 그친다.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가격이 싼 작은 체급의 차보다 중형급 이상 차량이 더 많이 팔리는 곳은 한국을 제외하면 광활한 영토를 보유해 이동거리가 긴 미국뿐이다.

일본은 한국과 정반대로 경차와 소형차가 전체 승용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2021년 기준)를 넘어선다. 유럽에서 D세그먼트(중형) 이상 차량 판매 비중잉 약 20%(2022년 기준)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세계 3대 자동차시장으로 올라선 인도에선 최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판매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형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대형 친환경차 출시가 이어져 앞으로 거리를 다니는 큰 차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전기차 신차 출시는 준중형 및 소형 차급에 집중됐지만 무거운 차체를 감당할 수 있는 전기모터와 배터리,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중형급 이상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하고 있다.

9월 중으로 중형 SUV 전기차 토레스 EVX가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면 국내에 처음 등장하는 중형 SUV 전기차다.

토레스 EVX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국내기준 복합 433km의 우수한 1회충전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지난 6월에는 최초의 국산 준대형 전기차이자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차 EV9이 출시됐다. EV9은 4륜구동 모델 기준 최고출력 283kW(킬로와트), 최대토크 600Nm(뉴턴미터)의 성능을 낸다. 
 
중대형 차량 인기 높은 한국, 중대형 친환경차 확산에 도로에 큰 차 더 는다

▲ 기아 EV9. <기아>

내년 상반기엔 현대자동차가 이보다 성능을 개선한 준대형 SUV 전기차 아이오닉7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에선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예상을 넘어 지속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도 기존에 없던 대형 SUV 차급으로 확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아는 11월쯤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역시 2025년 팰리세이드 2세대 완전변경 모델(LX3)을 출시하며 처음으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애초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 없었으나 2025년 중형 SUV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전기 픽업 트럭 O100, 중대형 전기 SUV F100 등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계획을 최근 내놨다.

완성차업체의 양산 측면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큰 차 선호 현상 또한 심화하고 있어 앞으로 도로 풍경은 한층 더 큰 차들로 붐빌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내 베스트셀러 자리는 압도적 차이로 준대형차 그랜저가 꿰차고 있지만 10여 년 전인 2012년만 해도 국내 판매 1위는 준준형 세단 아반떼였다. 당시 경차 모닝 역시 판매 3위에 오를 만큼 높은 판매실적을 올렸다.

지난 10여 년 동안 차급별 판매 추세를 보면 지난해 경차 판매량은 13만4294대로 10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해 34.2% 줄어든 반면 대형차 판매는 21만2598대로 같은 기간 2배가 넘게 늘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소형 세단은 2019년 엑센트 단종으로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공간 활용에 강점을 가진 소형 SUV만 살아남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런 경향를 놓고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유럽 등 실용적 국가와 달리 큰 차가 대접받는다는 시각이 있다"며 "예전 국산차 시작점은 아반떼였는데 요즘은 쏘나타나 그랜저, SUV로 차 구매를 시작해 다음엔 더 큰 차를 사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작사는 돈 안되는 소형차를 안 만들고 정부는 규제의지가 없어 큰 차 위주 판매가 심화하고 있지만 이런 큰 차 지향성은 사회적 차원에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