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에 탑재하는 퀄컴의 모바일프로세서(AP) 가격이 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에 출시될 갤럭시S24 시리즈에 삼성전자 자체 제작 AP인 엑시노스를 다시 탑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원가에 '퀄컴 부담' 가중, 노태문 엑시노스 재탑재 가능성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 대표이사 사장이 7월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삼성전자>


13일 IT전문지 WCCF테크는 IT정보유출자(팁스터) 디지털챗스테이션의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를 인용해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가격은 개당 160달러”라며 “스냅드래곤8 3세대는 이것보다 더욱 비쌀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냅드래곤8 2세대는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플래그십(기함급) 스마트폰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된 AP다. 이 제품은 올해 가을에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15 시리즈의 AP인 '바이오닉A16'와 동일하게 TSMC에서 4나노 공정으로 제작됐다.

닛케이아시아를 비롯한 해외매체는 바이오닉A16의 가격을 110달러로 보도했다. 스냅드래곤8 2세대는 바이오닉A16과 같은 공정으로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45%나 비싼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S23에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전량 탑재하면서 퀄컴의 가격결정권이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출시지역에 따라 삼성전자 AP를 탑재하기도 하고 퀄컴 제품을 탑재하기도 했다.

IT전문매체 마이모바일 인디아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3 시리즈 모든 모델에 스냅드래곤8 2세대를 탑재하면서 퀄컴에 프리미엄을 지불해 스마트폰 사업의 마진이 감소하게 됐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2023년 1분기 AP 구매에만 2조6402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밝혔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AP 구매 비용이 11.4% 증가한 것이다. 

노태문 사장으로서는 퀄컴의 지속적 AP 단가 인상 가능성이 원가관리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주변 부품까지 포함하면 제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S23 시리즈 가격은 2019년 이후 2년 만에 전작대비 15만 원 가량 인상됐는데 AP 가격이 높아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 가격인상 부담이 더해지고 있는 만큼 노 사장이 원가경쟁력이 높은 자체 AP를 갤럭시S24 시리즈부터 재탑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원가에 '퀄컴 부담' 가중, 노태문 엑시노스 재탑재 가능성

▲ 삼성전자의 모바일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시리즈. <삼성전자> 


레베그너스를 비롯한 복수의 팁스터들은 갤럭시S24 시리즈가 유럽과 동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 엑시노스2400을 탑재하고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갤럭시S24 시리즈에 엑시노스2400이 탑재되면 2년 만에 삼성전자 자체 AP가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한 엑시노스2200이 성능저하와 발열 문제를 나타내자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대신 전량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적용했다.

다만 엑시노스2400은 비정상적인 성능저하와 발열을 나타낼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엑시노스2400은 이르면 올해 11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4나노 공정으로 양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2200도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됐는데 당시 낮은 수율(양품 비율)과 TSMC에 비해 뒤처진 공정노하우가 완성품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4나노 공정을 개선하고 수율도 TSMC와 유사한 수준까지 높이는데 성공했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수율이 75% 이상일 것”이라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엑시노스 시리즈 성능개선을 위해 공격적으로 인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AMD와 ARM의 핵심 개발자들을 영입해 AP 내 중앙처리장치(CPU) 최적화 전담팀을 꾸리고 중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핵심인재들도 받아들였다.

이런 삼성전자의 노력에 힘입어 엑시노스2400은 준수한 데이터처리 성능을 갖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 성능평가 사이트 긱벤치 등에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엑시노스2400은 중앙처리장치(CPU)에서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갤럭시S23 탑재)’와 싱글코어 성능은 비슷했고 멀티코어(CPU 코어 2개 이상) 성능은 크게 앞섰다.

엑시노스2400의 성능을 놓고 IT전문매체 테크로그360은 “엑시노스2400은 멀티코어 성능이 특히 인상적이다”며 “게임 및 비디오 편집과 같은 까다로운 작업에 적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삼성전자는 미국과 중국 지역에서 스냅드래곤8 3세대를 활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시장에서 자체 엑시노스2400를 쓸 수 있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채택할 전략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