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AMD 3나노 수주 가능성 커져, TSMC보다 나은 수율 부각

▲  AMD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할 가능성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미국 대형 반도체 기업 AMD가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MD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를 두 군데 이상으로 유지하는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3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양품 비율)을 대폭 끌어올린 반면 AMD의 기존 협력업체인 TSMC의 3나노 공정의 수율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AMD는 최근 새로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공개하며 이 분야 선두주자 엔비디아와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했는데 이런 상황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기회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대만 현지에서는 TSMC가 3나노 대형 고객 일부를 삼성전자에 뺏길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는 “AMD가 3나노 반도체 주문을 TSMC에서 삼성전자로 이전할 가능성은 낮다”며 “AMD는 TSMC와 오랫동안 협력해왔으며 이런 관계는 2나노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최근 노트북체크 등 일부 해외 IT전문 매체에서 AMD가 조만간 출시할 일부 제품에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자국 업체 중심 성향이 강한 대만 언론에서 경계심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AMD는 2022년 기준 애플, 퀄컴에 이어 TSMC 매출에서 3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 대형 고객사다.

AMD가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으로 TSMC가 기존 예상과 달리 3나노 공정의 수율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는 점이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아레테리서치의 수석연구원 브렛 심슨은 TSMC의 3나노 수율이 올해 2분기 기준 약 55%인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TSMC가 과거 주장했던 80% 수율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TSMC는 3나노 공정에서 기존 '핀펫(FinFET)’ 방식의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분석된다.

핀펫은 반도체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제어하는 게이트 접촉면이 3면에 그치는데 이와 같은 방식은 회로 선폭이 미세화될수록 누설전류가 커질 수 있고 발열에도 취약하다.

TSMC는 안정적인 수율 확보를 위해 기존 핀펫 공정을 3나노에도 적용했는데 이와 같은 결정이 오히려 수율 확보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신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방식을 3나노부터 적용한 삼성전자는 기대 이상의 수율을 뽑아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4나노 수율은 75% 이상, 3나노 수율은 6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율 개선,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선점 등으로 대형 고객사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해외 IT매체인 WCC테크는 올해 5월 이와 같은 수율 개선으로 삼성전자가 AMD의 4나노 제품 파운드리를 수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AMD 3나노 수주 가능성 커져, TSMC보다 나은 수율 부각

▲ 미국 반도체 기업 AMD의 리사 수 CEO가 2023년 6월13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에서 새로운 인공지능(AI) 칩 MI300X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AMD는 올해 6월 대규모 데이터를 동시에 병렬처리할 수 있는 최첨단 인공지능 그래픽처리장치(GPU) ‘MI300X’를 선보였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AMD와 엔비디아의 경쟁으로 현재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기업은 TSMC다.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인 H100은 TSMC의 4나노, AMD의 MI300X은 TSMC의 5나노를 활용해 생산되고 있으며 차세대 모델도 TSMC 3나노를 가장 우선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TSMC가 3나노 공정에서 안정적 수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AMD,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TSMC 최대 고객인 애플조차도 당분간은 원하는 만큼의 3나노 반도체를 인도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AMD는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고객사 레퍼런스(거래 사례)가 축적되지 않은 삼성전자가 3나노에서 AMD와 같은 대형고객을 확보하는 일이 수율 확보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사업 진출이 비교적 늦은 만큼 AMD와 깊은 협력관계를 구축할 시간이 부족했고 TSMC와 비교하면 아직 충분한 신뢰를 얻기에는 생산 노하우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2022년 삼성전자에 4나노 파운드리를 맡겼던 퀄컴은 수율 문제로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트북체크는 “삼성전자는 높은 3나노 수율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형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는데 AMD가 향후 출시하는 인공지능 반도체로 이런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며 “TSMC 3나노의 가장 큰 고객인 애플을 제외한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는 과거 수율 문제가 있었던 삼성을 다시 바라봐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