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품질 문제가 출시 초기부터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문제가 다수인 만큼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 전환기에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결함 문제를 빨리 끊어내지 못한다면 현대차그룹의 품질경영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2022년 11월 출시된 디 올 뉴 그랜저의 모습. <현대자동차>
6일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그랜저 무상수리에 최근 4건이 추가되면서 올해 들어서만 공개적으로 진행한 무상수리가 16건에 이른다. 무상수리는 운전자가 다치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없는 결함일 때 제조사에서 실시하는 제도다.
현대차는 2022년 11월 7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그랜저를 출시한 이후 국토부 지시에 따른 리콜도 이미 2번 진행해 모두 18차례에 걸친 무상수리 및 리콜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출시된 이후 가장 많은 리콜과 무상수리된 자동차 모델은 기아 4세대 쏘렌토다.
쏘렌토는 2020년 3월부터 판매가 시작돼 6번의 리콜과 20번의 공개 무상수리를 진행하면서 3년 2개월 동안 26번의 수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비춰보면 그랜저는 단 7개월 만에 쏘렌토가 세운 기록의 절반을 훌쩍 넘긴 셈이다. 그랜저의 결함이 계속 나온다면 출시 뒤 최다 수리 기록을 새로 쓸 여지도 충분하다.
더구나 무상수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그랜저 차량의 누적 수리 대수는 30만 대를 훌쩍 넘어섰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진행된 16건의 무상수리를 받은 그랜저는 모두 30만7895대, 리콜 대상 차량은 2만1325대로 집계됐다.
그랜저가 출시된 이후 7만1750대 팔렸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차량 1대당 평균 4회 이상 수리를 받은 셈이다.
여러 항목에 걸쳐 중복으로 수리가 진행되다 보니 판매량을 크게 웃돈 것으로 자잘한 결함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물론 나타난 결함에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문제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SDV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모습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7세대 그랜저의 18건의 사후조치(리콜 포함) 가운데 13건(72%)이 소프트웨어 문제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장통이라고 하더라도 현대차의 대표격이자 ‘국민차’ 명성을 보유한 그랜저 명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랜저의 결함이 계속 나타난다면 현대차그룹의 품질경영 기조에도 흠집이 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 이후 같은 해 11월 당시 노조 지부장을 이례적으로 직접 만나 품질을 강조한 뒤 지속해서 이와 관련한 노력을 이어 왔다.
실제 당시 노조 대표였던 이상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지부장은 “품질 문제에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정 회장에게 화답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2018년 이후 코나 EV에서 화재 사고가 17건 발생하자 2020년 10월 판매 차량에 대해 배터리시스템을 전량 교체했다.
당시 코나 EV를 포함해 아이오닉 전기차, 일렉시티 버스 등 3개 차종 8만1701대의 배터리시스템을 전량 교체한 것을 놓고 자동차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결단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 최근 판매를 시작한 페이스리프트모델 '쏘나타 디 엣지'의 모습. <현대차>
이렇게 발빠른 리콜로 품질을 다잡은 뒤 아이오닉5 등 전용플랫폼 전기차가 국내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대표 세단 그랜저의 결함 논란이 이어진다면 현대차의 품질 강화 기조에 힘이 빠질 수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랜저 결함이 이어지자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쏘나타 공식 카페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그랜저에서 나타나는 결함이 장난이 아닌 것 같다”며 “최근 나온 쏘나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도 그랜저처럼 OTA(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및 컬럼식 기어(운전대에 부탁된 기어)가 적용됐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다른 소비자들도 “그랜저 품질을 보면 쏘나타 계약을 취소해야 하는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