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가조작 사태에 칼을 빼들고 엄단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원장은 “직을 걸겠다”며 주가조작 사건 엄벌 의지를 내보여왔다. 강한 어조로 직접 국회와 접촉도 늘리며 행동에도 나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복현 '금융사기 환수법' 통과 총력, 이례적 국회 행보에도 가능성 불투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주식시장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주가조작 사태에 칼을 빼들었다. 사진은 이 원장이 5월23일 서울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금융감독원>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가조작 사태 엄단의지를 밝히며 주식시장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 금감원장은 26일 국회를 직접 찾아 여야 정무위 및 법사위 의원들과 비공개로 만난 자리에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기 환수법’이라고도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그 동안 책정하기 힘들었던 부당이득을 위법행위로 발생한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으로 명문화하고 과징금은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뼈대로 한다.

금융당국은 이 법안을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가 벌어진 뒤 엄벌의지를 내세우며 국회에 내놨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출석해 입법취지를 설명했고 정무위원장 안으로 통합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이 원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직접 국회로 달려간 것이다. 

주가조작사태를 둔 이 원장의 엄단의지는 최근에 매우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 원장은 4월 SG증권발 주가 급락사태가 벌어진 뒤부터 줄곧 엄벌을 다짐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달 말 열린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는 “금감원장으서 최근의 주가 급락 사태를 미리 감지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직을 걸겠다”는 강력한 표현을 썼다.

금감원 임원회의에서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안심리에 편승해 고수익을 미끼로 SNS와 유튜브 등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 등 폐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금감원에 ‘단속반’를 만들었다.

이 원장이 단호한 어조로 활발히 활동하는 배경에는 최근 국내 주식시장을 향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SG증권발 주가 급락 사태가 벌어졌을 때 금융당국의 통제 문제도 지적됐지만 투자자 사이에서는 국내 주식시장 자체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내보이는 자조섞인 의견마저 흘러나왔다.

투자자 불신을 키우는 사건은 CFD 사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금감원은 전날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로 5억 원을 부당취득한 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최근 CJCGV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두고는 공시를 거쳤음에도 소액주주를 무시했다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로 시장의 불만은 쌓여가는 상태다.

이 원장 개인적 관점에서도 금감원장 직을 수행하면서 내세워 왔던 과제들을 생각하면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코스피지수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 국내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국제화를 내세우고 신뢰도 회복이 중요한 과제들을 제시해 왔다.

이 원장은 CFD 사태 해결을 위해 모인 토론회 자리에서도 “정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등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 외형을 넓히고 있다”며 “나아가 자본시장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했듯 주식시장 신뢰도 회복은 국내 금융시장 투자유치 및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이복현 '금융사기 환수법' 통과 총력, 이례적 국회 행보에도 가능성 불투명

▲ 이 원장은 투자유치에도 힘을 쏟아금융지주 회장단과 동남아시아를 찾기도 했다. 이 원장(왼쪽)이 5월10일 싱가포르 한 호텔에서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오른쪽)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금융사기 환수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원장에게 부담이다.

법원행정처가 해당 법률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고 여당에서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이원석 검찰총장도 최초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법안 통과에 힘을 실을 정도였지만 이 원장을 필두로한 금융당국의 의지와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국회 법사위는 29일 전체 회의를 열고 이 법률개정안을 논의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