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경쟁력포럼] 자본시장이 기업 행동 바꾼다, "기후 스튜어드십이 열쇠"

▲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2030 기후경쟁력 포럼 '넷제로 달성을 위한 기후 스튜어드십 확대방안' 2부 토론에서는 기후 스튜어드십을 향한 다양한 과제들이 논의됐다. (왼쪽부터) 사진은 이날 토론에 참석한 최용한 NH아문디자산운용 팀장,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본부장, 최윤석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신사업팀장,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윤세종 플랜1.5 변호사.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투자 대상 기업을 향한 투자자들의 ‘행동’,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유엔 책임투자원칙 자료 중)"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 활동 즉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이 뜨고 있다. 미국 캘퍼스, 네덜란드 APG 등 대형 연기금들과 싱가포르 GIC 등 국부펀드들은 ‘기후행동 100+’란 이니셔티브를 통해 투자대상기업들에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고 기후변화로 커지는 시장에서 기회를 잡으라는 내용이다.

이들의 기후 스튜어드십 대상으로는 한국전력, 포스코홀딩스, SK이노베이션 등 한국 기업들도 들어가고 있다. 

과연 국내에서도 기후 스튜어드십이 확대될 수 있을까. 

1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2023 기후경쟁력포럼 ‘넷제로 달성을 위한 기후 스튜어드십 확대방안’ 자리에는 학계, 기후단체, 업계, 투자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기후 스튜어드십이 활성화되기 위해 넘어야 할 여러 과제들을 제시했다.

패널토론에 나선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후 스튜어드십 확대를 위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에 찬성하면서도 남용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봤다.

권고적 주주제안이란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의안이 주주총회에서 결의요건을 충족해 통과하더라도 곧바로 효력이 발생하거나 경영진에 의무를 지우지 않는 형태의 주주제안을 말한다.

안 교수는 “한국은 구속력을 갖는 주주제안만 가능한 탓에 투자자가 관심 있는 부분이 폭넓게 회사에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구속력은 약하면서도 회사의 경영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고적 주주제안이 유용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권고적 주주제안이 남용될 가능성에 관해서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며 “권고적 주주제안은 기후 스튜어드십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권고적 주주제안 남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에 이어 패널토론을 맡은 최윤석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신산업팀장은 기후 스튜어드십 정착을 위한 점검 활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올해 발표한 정부의 ‘1차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기본계획)’의 ‘탄소중립 녹색금융 활성화 방안’에는 국민연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 활성화 등이 담겨 있다”며 “다만 더 중요한 것은 기관투자자들이 이를 실제로 잘 이행하는 지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녹위는 기본계획에 들어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도록 돼 있다”며 “철저한 이행 점검을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혁 한국상장사협의회 본부장은 기업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대변했다.

이 본부장은 “상당수 대기업들은 이미 기후변화나 금융기관들의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갖췄다"면서 "하지만 중소·중견기업에는 비용이고 규제이며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고적 주주제안 관련해서도 ‘권고’라고는 하지만 이 주주제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의해 중점관리대상 기업으로 적용될 수 있다”며 “결국 권고적 주주제안이 강제력을 띠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용환 NH아문디자산운용 팀장은 많은 기관투자자가 주주관여 행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후 관련 활동은 많지 않다며 구체적 기후 스튜어드십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최 팀장은 “우선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활동에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며 “단순히 한 차례 서한을 보내는 등의 행동이 아니라 지속적 추적관리를 통해 단계적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쪽에서는 G(지배구조)로 E(환경)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통해 기후 전문성을 갖춘 이사나 감사 수를 의무화하는 제도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기후 스튜어드십은 결국 금융기관들이 금융 행위를 통해서 '우리 기후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취지”라며 “그러나 여전히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 상임이사는 “법과 제도적 개선, 정부의 선도적 역할, 기업의 리더십 등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후 스튜어드십 확대는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
 
[편집자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탄소중립산업법(NZIA),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공급망실사법…. 유럽연합•미국 등 각 국은 자국의 기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제도와 정책들을 빠르고 강하게 구축하고 있다. 유엔 책임투자원칙,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등 국제기구들은 기관투자자와 금융기관에 기후 리스크, 더 나아가 기후변화가 만드는 기회에 대응하라고 권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13일 2023기후경쟁력포럼을 열고 ‘넷제로 달성을 위한 기후 스튜어드십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국회, 정부, 국제기구, 금융, 법학, 기후단체 등 각계 전문가가 참석해 열띤 논의를 벌였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그 현장을 기사와 영상으로 전한다. 관련 콘텐츠는 기후경쟁력포럼 홈페이지(ccforum.net)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