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2023년 1분기 가전사업에서 LG전자에 ‘완패’하면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 ‘비스포크’ 라인을 새롭게 재정비해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2023년 1분기 가전사업에서 LG전자에 크게 밀리면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 소비자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라인을 새롭게 재정비해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면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떼기 쉽지 않을 수 있다.
21일 삼성전자의 2023년 1분기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반도체 다음으로 타격을 입은 분야가 가전사업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가전사업에서 매출 6조6500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2022년 1분기 매출 6조7200억 원과 비교해 1.5% 감소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LG전자의 H&A(가전)사업부의 매출은 소폭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성적표는 영업이익에서 더 극명하게 갈렸다.
삼성전자는 1분기 가전/VD(TV)사업에서 1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 8천억 원의 영업이익에서 76.3%나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TV와 가전사업 영업이익을 따로 발표하지는 않는다.
반면 비교대상인 LG전자 H&A(가전)사업부는 1분기 1조497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분기 기준 3번째로 높은 기록을 달성했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평가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2012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의 고장률을 근거로 제품의 신뢰성을 평가했는데 LG전자가 1위에 오른 반면 삼성전자는 20위에 그쳤다.
컨슈머리포트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소비재 전문 월간매체로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공신력이 매우 높다.
올해 1월에는 컨슈머리포트로부터 삼성전자 식기세척기 9개 모델이 모두 신뢰성 부문에서 낙제점을 받아 추천목록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컨슈머리포트는 당시 “삼성전자와 일렉트로룩스, 바이킹 등 3개 브랜드의 식기세척기는 신뢰도가 낮아 추천할 수 없다”며 “더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내구성이 더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혹평했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세탁기 강화유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미국에서는 세탁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라는 리콜명령까지 받으면서 ‘품질경영’의 명성에 흠집이 나고 있다.
이에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생활가전사업부장까지 겸임하며 고객 신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내 키친개발그룹과 리빙개발그룹 2개 팀을 냉장고, 조리 기기, 식기세척기, 의류 케어, 청소기 개발그룹 등 5개 팀으로 세분화했다. 이는 개발단계부터 제품별로 더 세심하게 접근해 품질경영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이와 함께 소비자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를 전면 리뉴얼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비스포크 냉장고를 시작으로 제품에 색상, 재질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비스포크 라인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는 선택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반응이 있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내부구성과 기능 등 더 근본적인 부분까지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비스포크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안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3월 '비스포크 라이프 미디어데이'를 열고 “올해 비스포크 판매를 지난해 대비 50%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가전에서 단단히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LG전자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미 프리미엄을 넘어 초고가 가전시장까지 공략하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 격차가 커졌다는 것이다. 브랜드 격차는 올해 1분기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가전(TV 포함) 영업이익률 차이(삼성전자 1.4%, LG전자 12.7%)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우선 비스포크 리뉴얼을 계기로 실적을 정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윤 삼성전자 DX부문 상무는 2023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활가전은 계절적 성수기 진입하는 가운데 비스포크 글로벌 확산에 따른 판매 구조 개선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하반기는 글로벌 수요 회복 전망이 있는 가운데 점진적 업황 회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