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대형 전기트럭 출시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볼보는 최근 한국에 대형 전기트럭 FH일렉트릭을 출시했고, 테슬라 역시 올해 2월 초 전기트럭 ‘세미’를 고객사에 처음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요지부동이다. 경쟁사들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전기트럭에는 눈길도 주지않고 우직하게 수소트럭에만 힘을 쏟고 있다.
한쪽에서는 현대차가 대형 전기트럭에도 발을 걸쳐놔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수소트럭이 반드시 전기트럭을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수소트럭은 전기트럭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배터리의 대형화 없이 수소탱크 용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충전시간도 훨씬 짧다. 어쨌든 전기를 생산하는 데 환경오염이 수반되는 것과 비교해 수소에너지는 만약 그린수소만 상용화할 수 있다면 100%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도 커다란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소트럭이 전기트럭에 밀리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바로 인프라다. 수소차 충전소는 2022년 11월 기준 208기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10만 기가 넘는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 승용차 시장처럼 수소, 전기의 투트랙 전략을 펼치지 않는 것은 무모한 일일까?
꼭 그렇게는 볼 수 없다. 현대차가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 수소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는 반드시 대형 상용차 시장만을 노린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현대차 전체 매출 가운데 대형 상용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불과하다. 거기에 친환경 대형 상용차라면 사실상 매출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봐야한다.
현대차가 겨우 이 정도 크기의 파이를 굽기 위해 그렇게 적극적으로 오븐을 예열하고 있는 것은 아닐 거라는 뜻이다.
현대차가 대형 상용차 시장을 관심깊게 보고 있는 이유는 수소전지의 잠재력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대형 상용차 시장은 위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수소전지의 특성이 승용차 시장보다 훨씬 더 잘 발휘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얻은 수소전지 역량은 수소 승용차 뿐 아니라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봇 등 현대차의 모든 분야로 퍼져나갈 수 있다.
결국 현대차가 대형 상용차 분야에서 투트랙이 아니라 수소차에만 올인하고 있는 이유는 이 시장에 수소차가 전기차보다 더 잘맞는다고 판단한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좀 더 커다란 그림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2021년 9월 열렸던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2028년까지는 현대차의 모든 상용차 라인업(대형·소형 트럭, 버스 등)에 수소차 라인업을 넣겠다고 했다.
결국 수소 상용차 시장이란 현대차에게 ‘목표’가 아니라 진정한 수소경제의 ‘출발점’에 더욱 가깝다는 것이다.
과연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은 대형 수소 상용차 시장을 발판 삼아 현대차가 주도하는 진정한 수소경제로 세계 에너지 시장을 이끌 수 있을까?
그 목표를 위한 발판인 대형 수소 상용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트럭들을 누르고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