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사업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국내 석유화학 빅4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을 개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광 사업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솔라허브' 투자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한화솔루션이 미국발 태양광 호재에 힘입어 1분기 국내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을 개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3조2천억 원 규모의 미국 투자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이구영 사장이 총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 중심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중장기적으로 실적 안정화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4월27일 한화솔루션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002억 원, 영업이익 2714억 원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8.9%, 영업이익은 85.1%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전체의 90% 이상인 영업이익 2450억 원을 올렸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2분기에 분기 기준 흑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 3분기부터 매 분기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우며 이익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실적은 1년 전과 비교해보면 더욱 의미가 커진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2020년 4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경험했다.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등 태양광 모듈 원자재 가격 강세와 세계적 물류대란 여파로 제품 수출에 차질을 빚은 여파였다.
악재를 밀어낸 건 미국발 호재였다. 한화솔루션은 1분기 호실적의 이유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안정적 태양광 모듈 판매,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매각,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예상금액의 영업이익 반영 등을 꼽았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올해 2분기 이후에도 매 분기 2천억 원 대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에서 비중국산 태양광 모듈을 선호하고 있어 한화솔루션이 수익성을 충분히 확보할 만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IRA에 따른 세액공제 금액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도 27일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태양광 모듈 전체 판매 가운데 미국 판매 비중은 40~50%”라며 “2025년까지 미국 비중을 전체 70%로 올리는 것이 목표로 올해는 60% 내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력 시장인 미국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마다 25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사장의 태양광 사업은 한화솔루션이 올해 1분기 석유화학업계 빅4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을 개선할 수 있게 한 힘이 됐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다른 석유화학기업들은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감소했다고 추산되는 가운데 한화솔루션만 영업이익을 대폭 늘린 것이다.
27일 발표된 LG화학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2.8% 감소했다. 양극재를 중심으로 한 첨단소재 부문(31.8%),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144.6%)이 영업이익을 크게 늘렸음에도 석유화학 부문이 영업이익 6350억 원에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각각 5월11일과 2일 실적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도 높은 석유화학 비중 탓에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적자전환, 금호석유화학은 1분기 영업이익 75%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화솔루션도 1분기 케미칼 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이 86.9% 축소됐다. 다만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성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 같은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실적 호조는 이 사장이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미국 대규모 투자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허브’를 짓기 위해 2024년까지 3조2천억 원가량을 투자하겠다고 올해 초 발표했다. 투자 기간이 2년으로 길지 않은 만큼 연평균 1조6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다.
실제로 2월 콘퍼런스콜에서 한화솔루션은 올해 전체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2조7천억 원으로 계획했다. 지난해 한화솔루션 자본적지출이 9230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1조7천억 원가량이 미국 솔라허브에 투입된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 투자에 자체적으로 보유한 현금과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을 우선적으로 활용해 차입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만 2조5484억 원으로 확보해 두며 다소 투자에 여유가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다만 차입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안정적 이익 창출은 이 사장의 투자전략에 날개를 달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올해도 적극적 투자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고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투자에 관한 자신감이 엿보이는 발언이었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올해 1월 ‘한화솔루션 미국 태양광 투자 결정에 대한 견해’ 보고서에서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은 자체적으로 일정 수준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주력 사업의 영업실적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사장은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분기 기준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던 2021년 8월 케미칼부문 대표이사에서 큐셀부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장은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 초기부터 관련 계열사에 몸담아 온 태양광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199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2011년부터 한화솔라원, 한화큐셀 독일법인 및 미국법인 등에서 일해 왔다. 2022년부터는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제14대 회장도 역임하고 있다.
태양광 전문가로서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 흑자전환이라는 과제를 안았던 셈인데 1년 반 동안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함과 동시에 흑자기조 안착이라는 과실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 사장은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 반등을 이끈 역량을 인정받아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올해 정기 주총을 앞두고 이 사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며 “한화솔루션의 주요 핵심사업을 총괄한 에너지 분야의 전문경영인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출 증대,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 등에서 성과를 창출해 왔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