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나노 수율 낮아 애플 반도체 생산 불리, 삼성전자 ‘추격 기회’

▲ TSMC의 3나노 파운드리 수율이 아직 낮은 수준이라 애플 등 고객사 주문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 파운드리 생산공정.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로 애플 등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TSMC가 시스템반도체 수율 향상과 생산 물량 확대에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 한다면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으로 해당 공정 도입을 고려하는 잠재적 고객사를 확보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26일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3나노 반도체 생산 규모를 늘리는 과정에서 충분한 수율(전체 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확보 등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

EE타임스는 TSMC가 당장 최대 파운드리 고객사인 애플의 수요에 대응하는 데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TSMC는 하반기부터 3나노 미세공정에서 애플 아이폰15 프로와 신형 맥북 등 제품에 각각 활용되는 ‘A17’ 및 ‘M3’ 반도체 위탁생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TSMC의 3나노 반도체 수율이 아직 5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돼 애플의 대규모 수요에 대응하는 데 미흡한 수준이다.

웨이퍼(반도체 원판) 한 장 분량의 3나노 반도체를 생산했을 때 절반 가까운 물량은 고객사에 공급할 수 없는 불량품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아레테리서치는 EE타임스를 통해 “현재 시점에서 55% 안팎의 수율은 자연스러운 진행 상황”이라며 “TSMC는 분기마다 5%포인트씩 수율을 개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러한 수율 부진 상황을 고려해 TSMC에 웨이퍼당 파운드리 단가를 지불하는 대신 정상적으로 생산된 3나노 반도체 물량에 맞춰 단가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연히 TSMC가 충분한 수율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불리한 계약 조건에 따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아레테리서치는 결국 TSMC가 3나노 수율을 70% 안팎까지 끌어올려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최대 과제라고 바라봤다.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은 외부에 공개되는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아레테리서치의 분석은 추정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TSMC가 이처럼 비교적 낮은 수율로 3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상황은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삼성전자가 TSMC보다 약 6개월 앞서 3나노 미세공정 파운드리 대량생산을 시작한 만큼 수율을 안정화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더 오래 확보했기 때문이다.

TSMC의 3나노 반도체 수율과 생산 능력을 고려한다면 당분간 애플 이외 고객사의 위탁생산 주문에 대응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다수의 반도체 설계기업은 인공지능과 같은 신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 출시가 다급한 만큼 적극적으로 최신 미세공정 기술 활용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TSMC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잠재 고객사의 3나노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하며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다만 증권사 서스퀘나는 EE타임스를 통해 “삼성전자는 아직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TSMC가 가장 선호도 높은 파운드리업체로 입지를 지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웨이저자 TSMC CEO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나노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생산 수율은 양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