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군 모두 전쟁 수행능력의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적으로도 높아진 에너지와 식량 가격 스트레스에 종전을 외치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벌써 종전 이후 재건 사업기회를 노리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EU 수뇌부는 2월 3월에 걸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종전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EU는 지난 2022년 러시아로부터 압류한 자산 26조 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IMF도 19조8천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G7 주요국과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부터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2023부터 2025년까지를 포스트워 기간으로 정하고 완전한 복구에 최대 980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계에 알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복구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사업들에게 완전한 개방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한국 정부 자금과 기업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7월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 나토 국가들 외에 한국과 일본이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2023년 2월에는 조달청과 해외건설협회 등이 재건사업 참여기업들을 물색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2023년 중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제공하는 협정체결 추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떤 기업이 어떤 사업을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데 국내 전선기업, 특히 대한전선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기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과 전력망을 집중 공격해 파괴된 발전소와 변전소, 끊어진 고압 송전선 재건을 위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6개 원전과 15개 화력발전소, 35개 열병합발전소와 11개 수력발전소를 통해 자국과 동유럽국가에 전력을 공급해왔다. 이 때문에 전후에는 전력 수출을 위한 고압전력망도 새로 정비해야 한다.

국내 대표 전선회사에는 업계 1위인 LS전선과 2위 대한전선이 있다. LS전선이 해상풍력발전을 위한 해저케이블 사업 수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초고압 육상케이블 및 지중케이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대한전선에 주목하게 된다. 복구사업과 직접 연관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전력망 구축에는 가격, 기술만큼이나 사업운영능력을 검증받는 것이 중요한데 유럽에는 1백년 이상의 업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아 이들과 입찰경쟁에서 여러 번 이겨 수주를 따낸 대한전선에 눈길이 가게 된다.

대한전선에서 자랑하는 무기는 촘촘한 영업망인데 기술력 자체만 놓고 본다면 1위 LS전선에 밀리지만 해외영업망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한다.

1980년대 이후 전선 외길을 걸으면서 성장의 방식을 다각화보다 수출에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미 1997년 5억불 수출의 탑, 2005년 7억불 수출의 탑, 2007년 10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바 있다.

이후 한국 전선업체들의 텃밭인 동남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중남미, 독립국가연합, 남태평양까지 수출시장을 넓혔으며 2017년에는 영국지사를 세우면서 서유럽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이후 2019년 네덜란드, 2020년 영국, 2021년 덴마크, 2023년 1월에는 독일에서 초고압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현지에서 기술력과 사업운영능력을 증명했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이른바 구소련 지역에는 훨씬 앞서 진출했다. 2008년 러시아에서 대규모 전력망 사업을 수주한 뒤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을 대상으로 크고 작은 수출을 해왔기에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시작만 된다면 적극적으로 수주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워 놓았다.

세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을 고대하고 있다. 전후 우크라이나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까? 재건 과정에서 어떤 한국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겠다. 조충희 기자